[KJtimes=이지훈 기자]애경그룹이 제주항공 상장을 추진하며 주력사업으로 키울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항공 성장의 숨은 공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설립 후 애경그룹에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애물단지였다는 이유에서다.
1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을 애물단지에서 ‘효자’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다.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이 항공업에 뛰어들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게 만들었다.
사실 항공업을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다. 특히 항공업은 돈은 많이 들지만 경쟁이 치열해 후발주자가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제주항공도 한때 이런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의지가 성공을 일군 것이다
채 부회장의 의지 이면에는 제주도가 고향인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는 하지만 애초 제주도 참여의 부정기 항공사로 설계된 사업모델을 저가의 정기 항공사(LCC) 설립 쪽으로 전격적으로 변경했다. 설립 후 최소 5년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 묵묵히 쏟아 부었다.
지난 2005년 설립 후 2010년까지 8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1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적자에 허덕였고 애경그룹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관리를 받았다.
제주항공이 탈바꿈한 건 흑자로 돌아선 2010년 하반기부터다. 제주항공의 순이익은 현재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 2011년 168억원 ▲ 2012년 53억원 ▲ 2013년 194억원 ▲ 2014년(3분기 누적) 169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내 항공업계 빅3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3분기 말 기준으로 7개 국적 항공사 중에서 제주항공이 차지하는 국내선과 국제선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 6%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외형이나 디자인보다 본질에 충실한 저가 소비 성향(Cheap Chic)이 항공에도 적용된다고 본 채 부회장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편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천100억원과 200억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형석 부회장은 “"회사 설립 때와 증자에 나설 때 업계와 금융권에서 성장 가능성이 희박한데 왜 그렇게 무모한 투자를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앞서서 항공업 진출 결정을 내렸느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