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해온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 합병의 불공정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합병 반대 주장을 단발적으로 해왔던 엘리엇이 A4용지 2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처음으로 삼성에 대한 총공세의 성격이 묻어난다.
엘리엇은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번 합병의 불공정성을 부각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장부가(Book value)로 따졌을 때 삼성물산 주주가 7조8000억원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넘겨준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보고서에서 엘리엇은 두 회사의 장부가를 합치면 18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13조4000억원(74%), 제일모직이 4조7000억원(26%)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비율인 1대 0.35로 보면 각각 장부가는 삼성물산 5조6000억원(31%), 제일모직 12조5000억원(69%)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삼성물산은 기존 장부가 13조4000억원에서 합병비율로 산정된 가치 5조6000억원으로 낮아져 7조8000억원을 제일모직에 아무런 고려 없이 이전해준 것이라는 게 엘리엇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엘리엇의 주장은 삼성과의 표대결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연대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미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의 세력 규합에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안은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선 지지의 모양새도 취했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기준 등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꼬집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라고 삼성 측을 압박했다. 당근과 채찍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엘리엇은 이번 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제9조의 2항) 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이번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엘리엇은 우선 합병회사-삼성생명-삼성화재-합병회사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화재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4.8%)을 보유하고 있어 현 합병비율(1대0.35)에 따르면 합병법인 지분 1.38%를 보유하게 된다.
또한 합병법인-생명-화재-전자-SDI-합병법인, 합병법인-생명-전자-SDI-합병법인 구도도 문제로 봤다. 삼성SDI는 제일모직(3.7%)과 삼성물산(7.4%) 주주인데 이번 비율대로라면 합병법인 지분 4.8%를 보유하게 된다. 아울러 삼성전기가 보유할 합병법인 지분 2.64%도 두개의 새로운 출자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엘리엇은 언급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추가적인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삼성 측은 이와 관련 공식 언급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보고서의 지적사항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던 사안이라서 대응책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