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삼성그룹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승계라는 과제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재편 전반의 양상이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철저하게 맞춰진 모습이다. 핵심 사업을 남겨두고 주력계열사를 뭉터기로 떼어 팔고 있으며 계획했던 사업도 단호하게 수정하고 있다.
13일 삼성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물산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주변 유원지 조성 프로젝트를 일부 수정했다. 지하 3층~지상 7층 300실 규모로 오는 2017년 초 에버랜드캐슬리조트호텔(가칭) 준공이 목표였다.
이와 함께 에코파크, 아쿠아리움, 상업 단지 등 유원지 프로젝트도 일부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당초 오는 2025년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에버랜드 일대 1300만㎡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삼성물산 측은 “경기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그것도 첫 삽 뜨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사실상 중단하는 것은 그동안 삼성의 추진력을 놓고 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에 4개 호텔 총 800실 규모가 들어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착공 직전에 프로젝트 자체를 연기하는 것은 상당히 단호한 결단”이라며 “허리띠를 정말 바짝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번 프로젝트 중단은 그만큼 내년 경영상황이 불확실할 것이란 우려가 바탕에 깔려있다. 실제 글로벌 경제 전반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중국의 추격까지 매섭다. 더구나 삼성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던 스마트폰 사업은 완전한 성숙기에 접어들어 이익실현 규모가 크지 않다. 반도체가 선방하고 있으나 가전 등 각종 사업들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삼성이 현재 진행중인 사업·지배구조 재편작업 역시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방산과 석유화학처럼 한때 삼성의 주력이었던 사업들도 과감하게 매각할 정도로 재편작업은 그 강도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이재용 체제를 위한 재편이라고 보기에는 생각보다 몸집 줄이기가 심상치 않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전혀 새롭게 짜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삼성의 올해 연말인사 규모도 ‘중폭’ 이상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업재편이 워낙 강도 높게 진행되는데다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의 비대해진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