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필주 기자]“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 때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생업과 관련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주 최 부자는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는 가훈을 지켜서 존경받지 않았냐”
지난 1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설 연휴 휴식을 취하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한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재벌가 자제들이 손쉬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압박하는 발언이라는 분석과 함께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를 비판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과 압박이 전해지자 재벌가 자제들은 하나둘씩 제빵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자 오너 일가 쪽에서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해온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아티제는 이 사장은 운영해온 커피, 베이커리 카페이다.
이 사장은 또 아티제와 함께 운영중인 ‘보나비’ 사업도 철수하기로 밝혀 이 대통령이 지적한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호텔신라는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상생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뒤를 이어 롯데家 장선윤씨도 ‘빵 사업’ 정리에 나섰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가 ‘포숑’이라는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1월 31일 포숑 측은 “블리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전문점인 포숑을 프랑스 본사와 합의해 정리할 계획”이라며 “이번 결정은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대기업 빵집 실태 파악’ 발언 이후 현대차그룹도 서울 양재동 사옥과 제주 헤비치호텔에서 운영하던 ‘오젠’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오젠이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사내 매점 성격의 편의시설로 운영돼 왔으나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룹에 따르면 오젠은 대기업 식음료 사업과 달리 제빵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판매되는 품목들은 외부 식품 제조 가공업체로부터 100% 납품 받아 운영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오젠 사업 철수는 대통령까지 나서 자제를 당부하는 마당에 사업을 철수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 대통령의 발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두산그룹 역시 계열사인 DIP 홀딩스의 자회사인 SRS 코리아가 운영하던 페스티나 렌떼 사업을 철수했다.
페스티나 렌떼 역시 오젠처럼 두산 계열사 사옥 4곳 등에서 매장을 운영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고 사옥 내 위주로 운영하고 있었다”며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대기업 자제들의 ‘빵 사업’ 철수가 이어지자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나서 대기업 빵집 논란을 지적하자 줄철수가 이어졌다”며 “시민단체, 언론 등이 나서도 해결되지 못한 것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