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영아들이 먹는 분유를 제조 및 판매하는 일동후디스(대표 이준수)가 지난 2011년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이후 10년 만에 똑같은 혐의로 또 적발돼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4세 이하 영아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분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비윤리 경영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오너의 리더십’을 두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KJtimes>는 일동후디스 이금기 회장의 민낯을 되짚어 봤다.<편집자 주>
[KJtimes=견재수 기자]일동후디스는 이금기 회장이 지분 56.8%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수 대표가 지분 26.1%를 소유한 가족회사다. 그런데 최근 2011년 이금기 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퇴행적 경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동후디스의 불법 경영은 ‘오너 리스크'가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년 전 이금기 회장의 불법경영 ‘그대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자사 분유만을 수유용으로 사용하는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 낮은 저리로 총 24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한 것은 물론 전국 351개 산후조리원에 총 13억원 상당의 자사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공정위는 일동후디스가 현금 및 물품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 고객을 유인한 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8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경영이념을 내세운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 딴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2012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3개 산부인과 병원에게 자사 분유 만을 수유용으로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약정하고 시중금리(3.74~5.52%)보다 낮은 저리(3~5%)의 이자로 총 24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했다.
일동후디스는 또 산후조리원의 산모들이 자사 분유를 수유하도록 하기 위해 ‘프리미엄 산양유아식 1단계’ 등 자사 조제유류 분유를 2010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51개 산후조리원에게 총 13억340만원 상당의 자사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불법을 일삼았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및 시행규칙 별표 6에 따라 ‘조제유류를 의료기관·모자보건시설·소비자등에게 무료 또는 저가로 공급하는 판매촉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동후디스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2개 산부인과 병원 및 1개 산후조리원과 자사 분유를 독점적 또는 주로 사용한다는 조건을 약정하고 총 2억997만원 상당의 현금 및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급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일동후디스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 받은 산부인과 병원 및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로 일동후디스의 분유만을 단독으로 사용(조사에 응답한 7개 산부인과 병원 중 6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모는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 병원 및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고착효과)할 가능성이 높아 그 영향이 산모(신생아)의 분유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동후디스가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은 가격, 품질 등의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아니며 제품 설명 및 홍보 등 판촉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국내 분유제조사의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소비자(산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분유를 선택․수유할 수 있는 등 제품 선택권을 막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해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솜방망이 처벌에 근절되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사실 일동후디스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동후디스는 2011년에도 산부인과에 분유를 독점 공급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1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동후디스는 2006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현금, 대여금, 또는 물품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산부인과 병원을 유인해 자사의 조제분유 제품을 독점 공급했다.
아울러 해당 기간 동안 28개 산부인과 병원에 현금 약 6억4000만원을 제공했다. 2006년 12월부터 2008년 7월 기간 동안 5개 산부인과 병원에 13억9000만원을 저리(약 3%)의 이자로 대여했다. 최근 적발된 내용과 똑같은 형태다.
이때는 이금기 회장이 일동후디스를 이끌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돌연 사임했다. 다만 그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회장이 대표에서 사퇴하면서 일동후디스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수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 육아 전문가는 “신생아·영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업은 고도의 윤리경영이 요구된다”며 “10년 전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데는 회사 시스템이나 오너의 경영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법 리베이트는 부모들이 나의 자녀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데 혼란을 초래하게 됐고 결국은 국내 분유제품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