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라이프] "키오스크 거부 세대를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는 필수

2022.05.17 06:22:34

키오스크 세대로 변해야 산다…디지털 역량 낮은 세대는 소외 우려


[KJtimes=김지아 기자] "이젠 밥을 먹을 때도 그놈의 기계를 눌러야 한다네. 어제는 손주 녀석이랑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가 진땀 흘리고 나왔다고. 여기저기 기계만 서있고 이제 사람이 없어. 사람이…." 

서울시 개봉동에 살고 있는 최모씨(78세)는 점심시간에 친구와 함께 육개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다가 그냥 나왔다. 줄까지 서서 기다렸는데 앉자 마자 테이블 위에 키오스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키오스크는 비대면의 대표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당의 경우 메뉴들을 한 눈에 볼수 있고, 직접 주문하고 카드 결제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영수증도 바로 출력된다. 내가 무엇을 주문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 서버로 바로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번호표' 받고 기다리는 일도 이제는 옛말이다. 


대전시 유성구에 거주하는 전 모(82세)씨는 "경로당에서 기계로 눌러서 주문하는 거 배웠는데, 할 때마다 잘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키오스크 사용하는거 배우는데 1개월이 넘게 걸렸다. 커피숍에서 주문하는 것도 최근에 배웠다"며 "내가 배우는 속도보다 너무 많은 키오스크 기계가 여기저기 생긴다.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좀 천천히 바뀌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키오스크는 청소년을 비롯핸 20~30대 성인에게는 '너무도 편하고 효율적인 기계'다. 하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실제로 만 55세 이상 서울시민의 절반 가량은 키오스크를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답한 응답자는 45.8%였다. 55세 미만의 같은 응답 비율(94.1%)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령층 가운데서도 55∼64세는 68.9%, 65∼74세는 29.4%, 75세 이상은 13.8%였다. 75세 이상 고령층 응답자는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로 패스트푸드점(53.3%), 카페(45.7%), 음식점(44.4%)을 주로 꼽았다.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이에 대해 "고령층은 디지털 기술 이용 역량 수준이 전체 시민 평균의 67.2%에 불과하다"며 "디지털 역량은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도심권(종로·중구·용산)은 전반적 역량 수준이 높았고,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전했다.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 모두가 소외나 배제 없이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포용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디지털 역량 강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키오스크 거부 세대'를 두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 시도별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소외되는 계층이 없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실례로 부산시는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디지털 배움터에서 기초부터 고급과정까지 배울 수 있는 시민 디지털 역량교육을 한다. 디지털 배움터는 무료로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해주는 곳이다. 주민센터, 도서관 등 생활 사회 기반시설(SOC) 95곳에 마련돼 있다. 

5월 디지털 배움터 교육과정은 디지털 기초(문자메시지 보내기, 기본 앱 설치, 스마트기기) 디지털 생활(키오스크 활용, 쇼핑, 교통, 금융) 디지털 심화(OA 활용, 영상 제작, 기초코딩) 특별교육(1인 크리에이터, 블로그마케팅, 웹툰 제작) 등이다. 

부산시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점포 무인화에 따라 어르신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온라인 뱅킹 등 실생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통시장, 마을회관, 농·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에듀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앞서 12일 대구 서구청의 경우 노령층의 디지털 기기 이용 격차 해소를 위해 구청 1층 종합민원실에 디지털 체험존 운영을 시작했다. 서구청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생활방식이 가속화됨에 따라 주민들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 기기 체험·실습 환경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령층을 돕고자 실제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방문객들은 키오스크 화면을 직접 눌러가며 음식·커피 주문, 영화 예매, 승차권 발권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 VR기기를 사용해 유튜브 영상을 360도 돌려가며 시청할 수 있고, 골프와 야구 등 각종 운동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개선 방안도 계속 연구돼야" 

서울디지털재단은 한국디지털페이먼츠(KDP)와 함께 어르신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양 기관은 업무협약을 맺고 고령층 사용자의 키오스크 이용 장애요인 분석 키오스크 사용성 개선을 위한 사용자 조사 연구 키오스크 UI 개선안(프로토타입) 개발 개선 전·후 효과 분석 및 프로토타입 표준화 등을 함께 추진한다.

KDP는 재단의 키오스크 적용가이드와 협력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키오스크 솔루션을 도입하는 카페·음식점·무인매장 등을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디지털재단측은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무인매장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환경에서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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