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미래 에너지경제시스템을 ‘탈원전+수소경제’로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후 현대차가 중심이 되어 수소경제를 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소경제의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고 향후 정권들이 현 정권의 수소경제를 계승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수소 기반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유럽 및 미국과 중국 등이 한국에게 핵심적 이익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수소경제에 대해서는 여·야 공통의 미래 한국을 위한 거시적 합의에 기반을 둔 보다 면밀하고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Jtimes>에서는 수소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전문가들을 통해 분석,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KJtimes=김봄내 기자]유럽의 수소경제는 지난 2020년 7월 8일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전략’을 발표하면서 가시화됐다. 그러면 유럽의 수소전략 속내는 무엇일까.
우선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전략’의 핵심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개편과 유럽의 산업·경제 보호 및 발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 확립될 수소인프라가 가급적 기존 에너지 인프라와 자동차 관련 인프라에서 재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통한 유럽의 산업·경제 보호 및 발전을 추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인 셈이다. 여기서 수소연료전지차는 유럽 수소전략에 전혀 거론되지 않는 분야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수소경제의 주체는 유럽(?)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전략’에서 유럽은 탄소중립·수소경제의 주체와 큰 이익을 가져가는 자는 유럽이어야 한다는 방침이 뚜렷하다. ‘대규모 담수화 설비→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대규모 수전해→수소저장·유통→사용’과 관련, 메인-서브/업-다운(Main-Sub/Up-Down) 시스템 모두 유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수소경제 상 자동차의 대세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로 대세가 굳어진 상태인 것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일 수소연류전지차가 전기차에 맞먹는 규모가 될 경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주도하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핵심이익을 가져가는데 이어 수소차를 주도할 한국과 일본이 핵심 이익을 가져가게 되어 자동차분야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지금과 비교해 훨씬 위축될 가능성이 다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생산과 판매중인 수소연료전지차는 한국의 ‘현대차 넥쏘’와 일본의 ‘도요타 미라이’가 유일하다”며 “그만큼 수소연료전지차를 도입하면 한국과 일본 양국에 이익의 상당부분이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소연료전지차에는 ‘연료전지+배터리(전기차 수준)가 들어가는데 혼다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했으나 현재 사실상 사업 보류 중에 있다”면서 “수소는 버스·트럭·기차·선박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벤츠나 보쉬의 사례에서 유럽 수소전략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독일의 벤츠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수소연료전지 개발 추진했으나 현재 보류에 상태다.
보쉬는 지난 2020년 4월 2L(4기통) 수소엔진 개발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수소+CO2의 합성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고순도의 수소를 사용해야 하나 합성액체연료는 저순도 수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 시 기존 디젤차 생산시설 공유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900개 이상의 수소 관련 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고 수소연료전지는 그 중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며 “수소연료전지 대신 합성액체연료, 합성액체연료+화석연료, 수소엔진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연기관 생산 금지’는 일본에 큰 타격
하지만 무엇보다 유럽 수소전략의 속내가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은 ‘탄소중립’과 ‘내연기관 생산 금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탄소발생 측정은 연료탱크 주입 시부터 주행(Tank to Wheel)까지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는 1차 에너지(Well, 화석연료/친환경발전 채굴원)부터 주행까지로 확대가 유력하며 2030년 이후에는 전 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합성액체연료+화석연료’에서 점차 ‘수소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갈 것이고 연료에 수소가 포함되어 있으면 탄소배출 저감을 인정할 것”이라며 “이는 탈출구가 생기는 셈”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유럽이 오는 2035년 하이브리드 포함한 내연기관 판매 금지내연기관 생산을 금지시킨 것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20년 내 내연기관 생산이 전면 금지되면 하이브리드 생산과 판매 세계 1위인 일본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원칙(탄소중립)을 빙자한 빅 픽처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고 일본의 잘라파고스(세계 시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양식만 고집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어 버린 일본의 상황을 비유한 말)화 심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