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라이프]코로나 이후 매출 5배 동네식당 "독특한 영업방식이 통했다"

2022.04.13 17:23:32

"포장과 배달만" 직원 4명 전부 해고…부부가 운영해도 수익 4배

[KJtimes=김지아 기자] 최근 2-3년 사이, 우리 주변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줄어 폐업하는 사례를 흔히 볼수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폐업'과 '임대'라는 글자를 건물마다 자주 보였다.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코로나 방역과 예방을 위한 '백신패스' 제도 등이 이유다. 

초창기 코로나 확진자가 출입한 매장을 임시 폐쇄하고 소독하자, 인터넷에서 가게 이름이 공개돼 손님들이 모두 기피하는 식당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작지 않게 피해를 입은 가게들이 상당히 많았다. 보증금과 월세를 내며 간간히 영업을 해오던 작은 가게들은 결국 이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매출이 급등한 식당'도 있다.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한 부대찌개 음식점은 코로나 이후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주방을 포함해 35평 남짓한 가게에는 테이블이 22개. 15년째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코로나19가 창궐하자마자, 조카였던 가게 직원을 비롯해 홀담당 4명을 그만두게 했다.

A씨(사장, 남편)는 "아내가 호흡기가 약해요. 코로나 걸리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 둘이서 작게 장사 하려고 했죠.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된다고요. 코로나 걸리면 위험하니까 손님들도 못오시게 했죠" 라고 말했다.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가 인터넷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손님이 뚝 끊어지는 등의 뉴스를 접했던 A씨의 최종 결정이었다. A씨는 가게 전체에 취식 손님을 받지 않았다. 가게 앞에 "정말 죄송합니다. 코로나가 없어질 때까지 포장 주문만 받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대신 포장에 중점을 뒀다. 

"식사 하러 오셨는데 못하고 그냥 가시는 손님들에게 2인분 같은 1인분을 포장해서 팔았죠. 2인분은 3인분처럼, 3인분은 4인분처럼 포장해 드렸어요. 그리고 넉넉하게 반찬도 싸 드렸죠. 우리 식당에서 드셨다면 많이 드셨을 건데요 뭐. 무한리필로 주던 밥도 넉넉하게 포장해 드렸어요"

A씨는 "아내가 그릇을 씻는 일이 줄어드니, 오히려 좋아하더라구요. 아내가 요리를 하고 제가 포장을 했죠. 대신 포장 그릇은 환경오염을 줄이는 비싼 걸로 샀습니다"라고 말했다.   
 
A씨 부부는 그렇게 포장에 미안함과 정성을 함께 담았다. 그러자 전화 주문으로 포장을 예약하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그전부터도 포장은 있었더랬다. 양이 달라진 것 뿐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장이 더 푸짐해 졌다"는 손님들의 평이 늘어나면서, 손님들이 직접 입소문을 내어 이웃주민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주문이 많아지면서 손님들이 배달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부는 결국 1명의 사촌조카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배달에 나섰다. 배달앱을 이용하면 너무 '포장에 소흘해 질수도 있다'는 사장님의 결정으로 전화주문만 받았다.   

"포장주문만 받던 어느 날에는 오후 3시에 재료가 다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재료를 측정할 수 있게 된 뒤로는 오후 6시까지만 주문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일찍 문을 닫는다고 불평하는 손님들도 계셨는데, 나중에는 알아서 6시 전에 포장을 하러 오시더라구요. 죄송했지만, 감사했죠."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온다. A씨의 결심 덕분인지 손님들이 부지런해졌다.    

"저희 식당에는 미리 포장 예약을 해주시는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A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A씨 가게 앞에는 책대여점처럼 작은 책장이 놓이게 됐다. 신발장으로 쓰던 책장이었는데, 깨끗하게 칠하고 닦았다. 반조리 음식을 준비한 A씨는 포장 예약된 음식들을 정성들여 포장해 칸칸히 책장에 담는다. 
영업시간이 끝나고, 부부는 퇴근을 하지만 식당앞 책장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 두 명 손님들이 와서 음식들에 붙어 있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음식을 찾아간다. 

"저희는 감사하게도 매출이 많이 늘었어요. 아내는 덜 피곤해 졌고요. 재료준비만 열심히 하고, 육수를 준비하고 나면 하루종일 정성껏 포장을 하고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죠" 

"아내 때문에 포장을 결심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잘 될지 몰랐어요" 

A씨는 코로나가 끝나도 지금처럼 포장과 배달을 하는 식당으로 운영을 할 계획이다. 

"식당에서 드시지 못하는 아쉬운 손님들의 마음을, 음식을 더 맛있게 신선하게 푸짐하게 포장해 드릴 생각이죠." 

이런 A씨의 계획에 단골 손님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10년째 가게 단골 손님이라는 K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서 맘놓고 먹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그는 "재료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편하고,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신경 써가면서 음식먹는거 안해도 되니까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담긴 맛과 푸짐한 마음이 각박한 코로나 시대에도 이 가게를 더욱 '흑자'로 이끈 계기가 된 셈이다.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기부를 했어요. 우린 정부 지원이 없어도 장사가 잘 되니까 너무 감사했거든요. 그래서 작은 돈이지만 보태서 기부를 해봤네요. 처음인데 뿌듯하네요" 

코로나가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서 답답하게 숨막히게 우리 삶을 힘들게 해도 '시선'을 바꾸고 '마음'을 담으면 정답까지는 아니라도 '정이 담긴 답'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의 어느 카페는 코로나로 손님이 끊겼지만 매출은 3배로 올랐다. 이 카페의 사장인 B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8년전에 취득하고 어렵게 남편의 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아 카페를 열었다. 동네 주부들의 브런치 카페로 입소문을 타면서 그럭저럭 운영상태가 좋아졌고, 단골도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비켜 갈수는 없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는 등 활동폭이 좁아지면서 카페에는 하루 손님이 2-3명이 전부였다. B씨는 카페를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B씨가 만든 파이를 먹고 아이디어를 냈다. 디저트를 인터넷으로 판매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B씨는 우선 동네 사람들이 자주 보는 앱을 통해 '쿠키와 파이'를 주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카페는 B씨가 파이와 쿠키를 구울수 있는 주방이 되었다. 매장으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커피와 함께 쿠키와 파이를 조각으로 함께 건냈다. 평가를 듣고 싶어서 였고, 입소문을 내 달라는 부탁도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작게 만든 주문을 받겠다는 명함을 손님들 한 두명이 가져갔고, 인터넷으로도 조금씩이지만 주문이 들어왔다. 용돈을 벌어서 카페 월세라도 내어 보겠다는 B씨의 계획이 맞아들어간 셈이다. 

B씨는 "미리 만들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주문을 받는 순간 시간을 계산해서 만들었어요. 동네이니까 배달서비스를 했던게 정답이었던 거 같아요"라며 "배달비에 인색한 주부들에게 수제로 만든 파이와 쿠키는 인기가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가격은 재료비를 계산하고 B씨의 인권비만 계산했다. 수익보다는 카페 문을 닫지 않고 코로나를 버텨보자는 목적으로 파이를 판매했다고. 

"저희 카페 현재 매출이 손님들이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던 코로나 전보다 훨씬 많아졌어요. 저는 아이 숙제도 봐주면서 쿠킹을 하고 있죠" "가끔은 오전에 주문을 받아서 퇴근하는 남편이 가져다 주는 당일배송도 할 수 있었답니다"  

코로나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 하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인터넷으로 손수 만든 정성담긴 파이와 쿠키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B씨는 남편의 도움으로 지난해 작은 사이트를 오픈했다. 동네 사람들만 보는 앱에서 주문 제작을 받기 보다는 파이의 종류를 한 개 더 늘려, 예쁘게 사진 찍어서 올렸다. 파이를 주문한 고객에게는 B씨만의 선물도 함께 보냈다. 이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들이 쓰지 않는 책과 옷과 학용품을 함께 전해줬다. 반응은 좋았다. 

쿠키와 파이를 판매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B씨는 얼마지나지 않아 자유게시판도 만들었다. 중고 물건들을 서로 나눔할 수 있도록 채널을 연 것.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서로서로 부족한 물건들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쩌다보니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면서 엄마들이 하루에 꼭 한번 들리는 사이트가 되었어요. 디저트에 대한 평가도 솔직하게 듣고요. 옆집 엄마에게 아랫집 엄마에게 파이를 구워주는 기분으로 돈도 벌고 소통도 하고 있어요" 

B씨는 "필요없는 물건 나눔과 함께 쿠킹도 할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코로나가 더 잦아지면 아이들 2-3명을 대상으로 무료 쿠킹클래스를 열어볼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면 될 것 같구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가 가져온 작은 변화들이 가끔은 '속이 상하다'가도 '속이 달콤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변화를 인정하고 조금씩 그 안에서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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