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원시림 파괴한 한국 기업들 [산림벌채의 민낯③]

2022.04.22 15:18:31

-포스코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2만 6500ha 산림 파괴
-식량권 침해와 팜유 농장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 발생



[kjtimes=정소영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나는 농업 분쟁의 주요 원인은 플랜테이션과 조림산업입니다. 이로 인해 실제 2020년 분쟁이 심각하게 증가했습니다. 땅에 굶주려 있는 플랜테이션 산업은 종종 사람들이 살고 농사를 짓는 땅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KPA 사무총장 데위 카르티카)


“팜유가 우리 땅을 잠식하고 있어요. 우리 피부는 어둡고 메말라가고, 우리 몸은 쇠약해지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작고 허약해요. 많은 아이가 숲에서 걷는 것을 배우기도 전에 죽어요. 마린 부족이 쌀과 라면을 먹고 있어요. 팜유가 도래한 후로 모든 사람이 굶주리고 있어요. 이 굶주림은 사라지지 않아요.”(팜유 플래테이션으로 숲을 잃은 마린 부족 어머니)


동남아시아 지역에 팜유 생산을 위한 플랜테이션이 확장하면서 토지용도 변경에 따른 자연생태계 훼손과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 생물다양성 훼손과 같은 환경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플랜테이션 부지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와의 토지 분쟁이 발생하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들은 식량권과 물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특히 플랜테이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또한 만연하다. 


공익법센터 어필·사단법인 기후솔루션·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가 내놓은 ‘대한민국, 산림벌채를 수입하다’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팜유 생산에 따른 심각한 환경·인권 리스크는 불투명한 공급망에서 은폐되고 기업 면책으로 지속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기업들은 불투명한 공급망을 통해 팜유와 팜 부산물을 공급받으며 지속 불가능한 팜유가 거래되는 누출 시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실제 한국 기업의 주요 팜유 구매자의 공급망에서도 산림벌채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 토지 강탈과 토착민 권리 침해, 노동자 권리 침해 등의 전형적인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 팜유 수입량 10년간 2배 증가


기름야자(Oil Palm)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로 대표적인 식물성 유지의 원료다. 기름야자 열매의 과육과 씨(Kernel)를 각각 착유해 유(Palm Oil)와 팜핵유(Palm Kernel Oil)를 얻을 수 있으며 이후 정제 과정을 통해 정제유와 다양한 형태의 유지를 얻을 수 있다. 착유와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껍질 또한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주로 바이오 연료와 가축 사료 등의 원료로 활용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생산된 팜유와 팜 부산물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 바이오 연료, 가축 사료 등의 생산에 필요한 팜유와 팜부산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관세청에 신고된 팜유의 수입량은 2012년 32만4956t, 2021년 60만5700t으로 지난 10년간 약 2배 정도 늘었다.


팜유의 주요 수입국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2021년 전체 수입량의 43.5%와 56.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되는 양은 2012년 3만7370t에서 2021년 34만1802t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기름야자는 기후적 조건으로 인하여 적도 부근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으며 전 세계 생산량의 84%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팜유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공급망에 존재하는 리스크 사례를 알아봤다. 말레이시아는 무역 자료 입수에 제약이 있어 연구에서 제외했다.


보고서는 “팜유의 주요 생산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농장의 확장이 가장 중요한 산림벌채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2016년도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농장으로 사용되는 지역 중 45%가 약 30년 전에는 숲이었다.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팜유 생산과 수출을 위해 토지용도 변경이 이루어진 산림의 면적이 연평균 27만ha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고서는 “동남아시아에서의 팜유 농장의 환경·사회 리스크가 부각이 되자 많은 기업이 라틴 아메리카에 팜유 농장을 확산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에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생태계 파괴와 토착민, 지역 공동체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서 팜유 농장을 개간하며 총 2만6500ha에 이르는 산림을 파괴했다.


이에 대해 2015년 노르웨이 연금기금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 침해 리스크’라며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모회사인 포스코를 투자대상에서 배제했다. 2018년 네덜란드 연금기금 또한 산림벌채를 이유로 포스코 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Korindo)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와 북 말루쿠주에서 약 5만ha 이상의 산림을 파괴했다. 코린도는 산림벌채와 토착민 권리 침해로 FSC에 진정을 당했다. 이에 대해 FSC는 코린도가 지난 5년 동안 3만ha 이상의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토착민의 전통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에도 코린도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에 합의하지 않아 2021년 7월 FSC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보고서는 또 “산림 개간을 통한 경작지 확대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토양과 나무에 심각한 훼손을 일으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증가시킨다”며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열대우림에서 팜유 농장으로 전환된 숲 1ha당 174t의 탄소를 배출시키며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는 이탄지(peatland)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데, 이탄지는 수 세기 동안 죽은 식물들이 분해되지 않고 쌓여 형성된 습지대로 일반 산림의 18배에서 28배에 달하는 양의 탄소가 보존되어 거대한 자연 탄소저장고의 역할을 하는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유 농장 개발 과정에서 이탄지가 훼손되며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됐다”고 했다.




◇팜유 제품 공급망 파악하고 리스크 발견 시 실사해야


식량권 침해와 팜유 농장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도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이 개발되는 지역의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는 전통적인 지혜를 활용해 자급자족 기반의 생활양식을 유지해온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통적으로 식량을 구하던 숲과 땅이 플랜테이션으로 바뀌거나 플랜테이션의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오염이 되면서 식량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토착민이나 지역 공동체에서 플랜테이션의 노동자가 되어 임금을 받아 식량을 구할 때도 낮은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 어려울 때가 많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들이 전통적으로 주식으로 삼던 식량 대신, 다른 식량을 제공하는 때도 있지만, 이는 이들이 주식으로 삼는 식량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품이 될 수 없다. 결국, 팜유 농장의 운영으로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식량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팜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주로 FFB 수확, 화학물질 살포, 농장 정리, FFB 운반 등의 일을 하게 된다”며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화학물질 살포 업무를 맡는데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보호장비를 적절하게 받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또 “플랜테이션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착취 사례가 만연하다는 것이 보도되며 여성 노동자들이 다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팜유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 생산자가 플랜테이션까지의 공급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리스크가 발견될 때는 실사를 이행해야 하지만, 현재 기업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인권리스크에 대해 식별하고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법이 없어 기업의 자발적인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팜유 주요 구매자들의 팜유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자발적인 정책조차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주로 팜유를 구매한 인도네시아 기업들 또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러한 한국 기업의 팜유 거래 관행은 결국 지속 불가능한 팜유가 거래되는 누출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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