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이프] 코로나19에도 이제 결혼은 결혼 "방역보다 행복"

2022.08.09 18:43:07

개인방역으로 더 똑똑해진 젊은 세대들의 결혼식은 계속된다


[KJtimes김지아 기자] 인천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2년전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지만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약을 챙겨 들고 데이트를 했다.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고, 프로포즈도 받았다. 두 사람의 만남을 알고 있던 양쪽 부모님과의 상견례도 진행했다. 양가 어르신들이 만나는 날은 '전례없는 비상대책위'를 형제들끼리 진행했다. 부모님들이 연세가 많으셨기에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어려웠죠. 일부러 호텔로 정했어요. 화장실을 가족만 사용할수 있도록 호텔에 방을 잡았어요. 미리 룸서비스로 음식을 주문하고 따로 양해를 구해 음식을 준비했죠" 

이씨는 상견례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되,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것도 취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간과 장소를 바꾸고, 보통의 상식을 조금 내려놨다. 넓은 좌식호텔 객실을 상견례 장소로 정했기에 예비남편이 될 이씨의 배우자는 방석을 미리 준비했고, 테이블이 아닌 방에서 조촐하게 상견례를 진행했다. 음식 대신 다과와 차로 대신했다. 하지만 상견례를 기념하고 축하해야 하는 모든 과정은 줄이거나 취소하지 않았다. 가족 중에 사진 촬영이 자신있는 형제에게 기념촬영을 맡겼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고모씨는 약혼식부터 결혼식까지 모두 친구의 음식점에서 진행했다. 코로나19를 최대한 조심해야 했기에 친구의 음식점을 모두 대여해 약혼식은 음식점 실내에서 진행했다. 결혼식은 음식점의 앞마당에서 야외 결혼식을 진행했다. 직계 가족만 올 수 있도록 약속했고, 열이 나거나 컨디션이 안좋은 가족들은 실시간 촬영한 유튜브 영상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것처럼 준비했다. 유튜브 촬영을 준비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는 고씨는 "코로나 열풍에도 즐거운 추억이 만들어진 결혼식이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웨딩 업계도 코로나에... "유튜브로 결혼식 중계" "스몰예식장으로 변신" 

'너무 외로운 결혼식이었다.' '정말 직계가족만 초대해서 결혼식 같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친구들을 부르지 못해서 슬펐다' 모두 앞에 "코로나19 때문에"가 붙는 결혼식 소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식장에 친척과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빈번했던 그 시절. 이제 그 시절은 사라졌다. 코로나19에 걸릴까봐 하지 못했던 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결혼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냥 '축소'하고 '취소'하는 것으로는 원천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업계가 변화하는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생겨난 이런 이유다. 이제 예식장도 변모했다. 층별로 홀별로 결혼할 커플들이 너무 많아서 잘 찾아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결혼식장에 앉아있었던 황당한 풍경도 사라진다. 예식장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예식장은 결혼식 행사 회수를 50% 줄였다. 같은 시간대에 여러명의 부부가 결혼식을 진행하지 않도록 했다. 대전의 한 예식장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손님들의 동선을 겹치지 않도록 층별로 결혼식 진행시간을 다르게 짰다. 층별로 구분된 엘리베이터와 손님별로 구분된 에스칼레이터를 나눠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개인방역은 기본이고, 초대장이 QR코드처럼 사용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직접 짰다는 대구의 한 예식장 지배인은 "코로나19에 대비하려면 예식과정도 스몰웨딩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간대별로 한 커플씩 예식을 진행하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결혼식에 초대된 사람들의 명단 작성 및 발열체크 등을 꼼꼼하게 할 수 있다. 특히 화장실 사용을 겹치지 않게 사용하도록 했다. 피로연도 진행했지만 칸막이를 만들지 않는 대신, 음식을 간단한 것으로 메뉴를 바꿨다. 저 예식장에서 코로나걸린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소문이 사실이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예식장의 변화에 "코로나19로 방역에 신경쓰는 예식장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많았는데, 미리 동선을 겹치지 않게 하고, 소규모별로 행사를 계획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예방하는 자세가 전문가답다"고 평가했다. 

◆지자체도 결혼 지원 계속 "아쉬웠거나 힘들었다면 다시 웨딩으로, 힘차게"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을 축소하거나 취소한 커플이 많다는 통계는 사실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20대에서 30대, 40대로 결혼예비 커플 나이가 많아질수도록 이같은 사례가 많았다. 

한 결혼정보회사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때문에 결혼을 못했거나 생각보다 축소해서 진행한 커플은 당시 결혼커플 가운데 70%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결혼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주려는 지자체들의 노력도 눈에 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진주 본사는 LH 임대주택 입주민 가운데 혼례를 치르지 못한 15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백년가약, 행복한 동행 결혼식'을 지난 6월 개최했다. LH의 행복한 동행 결혼식은 200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LH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 올해까지 LH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총 258쌍의 부부가 이 행사를 통해 결혼식을 올렸다.

특히 LH는 올해 코로나19 등으로 예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를 포함해 총 15쌍을 초청했다. LH는 이들 부부의 결혼식과 함께 웨딩촬영과 예물, 피로연, 답례품까지 결혼식 비용 일체를 지원했다. 결혼식에는 부부의 가족과 친지들이 참석했고, LH 김현준 사장이 주례를 맡았다.

서울시의 경우,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에서 올해 하반기 '소풍 결혼식'을 올릴 예비부부를 모집중이다. 앞서 지난해 월드컵공원에서 진행된 소풍결혼식의 전체 평균 예식 비용은 약 850만 원으로 보편적인 결혼식보다 저렴하다. 

국립공원공단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2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제2연화봉 전망대에서 산상 합동결혼식을 진행했다. 


같은 달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주최로 3쌍의 부부가 산상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3쌍 부부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거나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사고 피해로 살림살이가 떠내려가 결혼식 사진 한 장도 남지 않은 이들이다. 

◆ 결혼 준비, 상담 예약도 꾸준히 증가추세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결혼식장 상담과 행사용 의류 구매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 웨딩거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렸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한 커플은 "코로나19도 감기처럼 점점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고, 사람들도 개인방역을 습관처럼 하고 있으니까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결혼식을 더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며 "최대한 조심하면서 즐겁게 행복한 결혼식을 치뤄내고 싶고, 인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을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하게 조촐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MZ세대들의 결혼 풍습이 다시 스몰웨딩에서 유튜브웨딩 온라인웨딩으로 변했다가 '야외 소풍웨딩'으로 변하고 있는 이유도 코로나19를 대하는 의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을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의 한 MZ세대 유튜버는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추억을 만들수 있는 결혼식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혼식 자체를 '더욱 건강하게, 더욱 익사이팅하게, 더욱 짜릿하게' 만들면 코로나19가 끼여들 자리가 없다는 것.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인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의 후회'를 예방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한국웨딩협회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씩씩한 결혼식이 더욱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방역으로 똑똑해진 젊은 세대들이 결혼식 문화 또한 더욱 활기차게 선도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결혼식을 꼭 예식장에서 해야 하나요? 자연속에서 장소 구애 없이 캠핑카를 가지고 결혼하는 건 어때요? 소풍처럼 결혼식을 즐기고, 수영장과 워터파크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면? 아주 많은 건강한 아이디어들이 방역과 함께 성공한 결혼식 추억이 되길 바래본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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