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변동의 허와실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곡물가 급등?

2022.08.31 16:20:58

하반기 경기둔화 전망이 식량선물과 현물의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 중
세계적 정정 불안 우려는 낮아졌으나 식량 그 자체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
전쟁 발발로 급등했던 곡물가 하향 추세 접어들며 전쟁 발발 이전으로 회귀 중
국내 기업들 전쟁 발발 명분 내세워 줄줄이 가격인상…일각 “설득력 떨어진다”

[KJtimes=한이웅 논설위원] 지난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 밀 생산국 3위이자 밀 수출국 1위인 러시아의 글로벌 곡물 거래 중단됐다. 게다가 세계 7위 밀 생산국이자 세계 5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생산량 감소 등에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가뭄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 등이 겹치면서 세계 곡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며 전 세계의 달러를 흡수하고 있고 개도국 등에서는 달러 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세계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전쟁과 외화 유출, 급등한 곡물가에 관한 관심 및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는 분위기다.

곡물가 7월 29일 기점으로 전쟁 발발 전 가격보다 낮아져

‘아랍의 봄’의 원인이 됐던 식량부족이 재발해 정정이 불안한 국가들의 경우 내부 분란의 불씨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져 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 경기둔화 전망이 식량선물과 현물의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하면서 세계적인 정정 불안 우려는 다소 낮아졌으나 식량 그 자체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한 양상이다.

‘아랍의 봄’은 북아프리카 등의 이슬람‧독재 국가에서는 정부가 서민들에게 저가로 빵을 공급해왔으나 아랍의 봄 당시 곡물가 급등으로 정부의 빵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절망한 한 이슬람 청년이 분신자살하면서 격분한 국민이 봉기한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은 지난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이 20.2%에 불과해 쌀을 제외한 소맥(밀), 옥수수, 대두 등을 거의 전량 수입하며 특히 밀은 99.5%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제 밀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 소맥선물(2개월물)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3일 876센트/부셀(부셀=8갤론=밀 27.22Kg)에서 개전 직후인 3월 11일 1425.20센트/부셀로 신고점을 찍었다. 이후 7월 29일 807.75센트/부셀로 전쟁 발발 전 가격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2017~2018년과 비교해 거의 2배 수준의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사실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EU)가 계속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달러/유로를 흡수하고 있어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의 활력이 낮아지고 있고 특히 외화가 유출된 개도국 등의 경기는 하락할 것이며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곡물‧에너지 가격이 약세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대두 중이다.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은 제분용 및 사료용으로 연간 약 334만톤의 밀을 수입 중인데 이 중 ‘제분용:사료용=2:1’ 비율이다. 제분용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수입하며 그 외 지역에서 수입하는 밀은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고 러시아 밀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로 수출길이 막혔지만, 제분용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산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가격은 올랐지만, 수급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사료용은 기타지역으로 수입선을 바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입 차질을 줄이는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기업들 하반기 가격 인상 예고 또는 검토 중

올해 상반기 초 국내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 국제 해운 운임 상승, 물류‧유통비 상승, 글로벌 작황 불투명 예상 등을 근거로 지난 2월에서 7월 사이에 가격을 인상했거나 하반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반면 유일하게 오리온만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SPC는 2월 9일 일부 제품가격을 6.7% 인상한 것을 시작했고 다시 2월 23일 냉동만두 등의 가격을 5~6% 인상했다. 또 동원F&B는 2월 17일 냉동만두 등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고 풀무원은 2월 10일 고기만두 2종의 가격을 5.9% 올렸다. 아울러 해태제과 등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고 롯데제과도 하반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특히 CJ푸드빌 브랜드인 뚜레쥬르는 2021년 1월 별다른 공지 없이 90여 종 제품의 가격을 9~10% 인상했고, 지난 3월에도 공지 없이 빵 164종과 케이크 75종의 가격을 올렸으며 지난 7월 6일에는 80여 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CJ푸드빌(뚜레쥬르)의 경우 이전 두 번의 가격 인상은 국제 밀 가격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세 번째 가격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급등했던 곡물가가 하향 추세로 접어들며 다시 전쟁 발발 이전으로 회귀하는 와중에 단행한 것이어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한편 국내 언론은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보도하면서 국제선물‧현물가격 등과 비교하거나 ‘국제 곡물가 하향 추세’라는 보도를 같이 내보내지 않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한이웅 기자 yw1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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