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달군 불법 CEO 4人4色] "투자자는 울어도 그들만의 세상은 따로 있다"

2022.12.19 12:20:07

상폐에 투자자들 절망…대표는 회삿돈으로 초고가 오피스텔 거주
횡령 혐의 재판 당일 전자 발찌 끊고 해외 도주…도주 도운 공범자 구속기소
"해외도피 중에도 세금은 피하고 본다" 증여세 소송

[KJtimes=김지아 기자] "결국 투자자만 독박" "투자자들 절망은 누가 책임지나" 2022년 한해 다사다난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경제계에서는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도 했고,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상장 폐지된 사건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수백명과 SSG닷컴·롯데마트몰·G마켓이 맞붙은 민사소송건도 있었으며, 불법대출 의혹을 받던 CEO들의 항소심, 소송건도 넘쳤다. 횡령혐의를 받던 회사 핵심 관계자(전 회장)가 재판 당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도 했다. 이에 <KJtimes>가 2022년 한해 눈길을 끈 CEO들을 정리했다. 

◆부도덕 CEO 단골 대응법 "불법대출-징계-불복소송-항소심 패소-다시 상고(?)" 

'불법 대출' 의혹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상상인그룹과 유준원 대표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배준현 이은혜 배정현 부장판사)는 14일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유 대표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퇴직자 위법·부당사항 조치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금융위는 2019년 12월 상상인이 개별 차주(借主)들에게 신용 공여 한도를 초과해 381억7000만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했다.

유 대표는 이를 비롯해 신용 공여 의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고 거짓 보고를 한 혐의,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혐의 등 5개 사유로 3개월의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유 대표 등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도 금융위의 처분이 옳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처분 중 일부 사유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서도 "이를 감안해도 금융위원회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상인 측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른 사전 승인 의무를 어겼다고 봤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은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나머지 4개 사유는 1·2심 모두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유 대표는 재판 중 직무 정지 명령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됐다. 그는 관련 혐의로 기소돼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상상인 측은 이에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덕수 前STX 회장 증여세 소송 최종 패소

배임과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덕수(72) 전 STX 회장이 그룹 계열사 사이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20억원대 증여세가 부과된 데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8년 만에 최종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 전 회장이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강 전 회장은 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이유로 2013년 11월 증여세 26억8000여만원을 부과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위믹스는 상폐...대표는 회삿돈으로 호화 오피스텔 거주 빈축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WEMIX)가 상장 폐지됐다. 덕분에 위믹스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회사 대표는 회삿돈으로 보증금 100억원이 넘는 고가의 주거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한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언론에 따르면,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대표로 있는 자회사 전기아이피는 지난 2월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전세권을 설정했다. 전기아이피는 '미르의 전설' 등 온라인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회사로, 지난해 악 1187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한 회사다. 

한 마디로 위메이드의 계열사인 셈이다. 이 회사가 낸 전세 보증금은 영업수익의 약 10%인 120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회삿돈으로 마련한 곳을 장 대표가 사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을 통해 위메이드 측은 장 대표의 거주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사 규정에 따른 사택 제공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임원 복리 후생 규정에 따라 사택이 제공된 것이며,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관련 자문을 통해 기한 내에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배임과 법인세 탈루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법원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으로 지난 8일 15시부터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지난해 최고가 기준 2만8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던 위믹스는 상장 폐지된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에서 209원, 빗썸에서 308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위믹스 상장폐지 책임을 놓고 위메이드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자발찌 조건으로 풀어주니 도주...'라임 몸통' 김봉현 전 회장 

전자발찌를 조건으로 풀어주니 해외로 도주한 CEO도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재판을 지난 11월11일 1시간 30분을 앞두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의 회삿돈을 포함해 재향군인회상조회, 수원여객의 자금 등 약 1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5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보석 조건은 전자장치 부착과 보증금 3억원, 주거 제한, 출국시 법원 허가 등이었다. 

검찰은 지난 10월26일 김 전 회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법원에 보석 취소도 청구했다. 하지만 이 결과가 나오기 전 김 전 회장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전자발찌 훼손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다. 이 법은 "전자장치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손상, 전파 방해 또는 수신자료의 변조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쳐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4조 제1항).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38조). 


한편 '라임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1조 6700억원 가량 규모의 펀드 환매가 중단된 사태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펀드에 들어 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월서울회생법원은 라임에 파산을 선고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이승형 부장검사)는 9일 경영 부실을 덮기 위해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의 자금을 끌어들인 뒤 도주했던 미디어기업 한류타임즈(구 스포츠서울)의 이모 전 회장을 검거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8일에는 김봉현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 김모(34)씨가 구속됐다. 또 도주를 도운 측근 2명(연예기획사 관계자 A씨와 김 전 회장 누나의 애인인 B씨)도 구속기소 했다. 

◆해외도피중인 선종구 하이마트 전 회장...622억원 규모 지분 증여세 소송은 1, 2심 승소  

선종구 전 롯데하이마트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2심 판결이 나왔다. 선 회장은 회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긴 뒤 과세당국으로부터 620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 받았는데,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한 것.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는 선종구 전 회장이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622억원 규모의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지난 11월15일 기각했다. 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이 적절했다는 결론.

소송의 발단은 하이마트가 사모펀드와 유진그룹에 연이어 매각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11월부터 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선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룩스의 지분 15%를 딸 수연씨와 아들 현석씨 명의로 받았다. AEP가 금융권으로부터 하이마트 인수대금을 손쉽게 빌릴 수 있도록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준 보답이었다는 게 검찰과 대법원의 판단.

이후 두 자녀의 룩스 지분은 13.7%로 줄어들었다. 어피너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기 직전 선 전 회장이 보유하던 하이마트 지분율(13.9%)과 거의 비슷한 수치였다. 하지만 하이마트의 대주주는 2년여 뒤 다시 바뀌었다. 유진그룹이 2008년 1월 하이마트 지분 100%를 특수목적회사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1조9500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선 전 회장도 1009억원 상당의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20만주(지분 19.22%)를 두 자녀 명의로 취득하며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에 동참했다. 선 전 회장은 인수대금은 룩스에서 나왔고, 자녀들이 룩스 보유주식의 배당금으로 받은 2억1761만달러(현 시세 2873억원)를 동원했다. 이후 유진하이마트홀딩스는 하이마트와 합병된 후 2011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이 상장이 역삼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 세무서측은 회사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자녀나 부모 등 특수관계인에게 보유주식을 넘겨준 뒤 그 회사가 5년 이내에 상장하면 상장차익의 50%를 과세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41조의3 제1항을 근거로 뒀다.

하지만 선 전 회장은 이 같은 증여세 부과에 반발해 이번 행정소송을 냈다. 1심 결과는 선 전 회장의 승리였다. 서울행정법원 2부는 지난해 12월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 자녀들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취득할 당시 상증세법41조의3 제1항은 회사 경영진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이 5년 이내에 상장한 것을 기초로 한다. 법인이 흡수합병된 뒤 상장되는 경우까지 규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하이마트 합병신주의 상장이익이 상증세법 41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냈다. 

역삼세무서는 이 판결에 불복, 올해 1월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선 전 회장은 올해 4월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해외 도피 중인 상태다. 검찰측에 따르면, 선 회장은 지난 2021년 8월께 미국으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승소한 금융회사 CEO"도 눈길 

최근 금융감독 당국과 민간 금융회사 대표이사(CEO) 간 초유의 소송전도 결론이 났다. 물론 정부당국(금감원)의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상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되었다는 점에 대해 이번 소송전의 실익이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지난 12월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 2명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19년 판매한 사모펀드 '독일국채금리연계 DLF'의 손실률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자 부문검사를 실시한 후 2020년 3월 당시 행장이였던 손 회장에게 최종 감독자로서 '금융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금융질서를 심히 문란하게 하였다'라는 이유로 문책경고 처분했다. 손 회장은 이같은 당국의 징계에 불복,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덕분에 내부통제 소홀을 이유로 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재판이 진행됐고, 진행된 1‧2심은 모두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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