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해부] HD현대, 이재명發 특혜 의혹 부상에 '권오갑 회장' 입지 흔들(?)

2023.03.22 15:18:52

20년간 7000평 부지 월세 1억원…임대 뒤에는 HD현대 소유설 "수의계약 과연 합법"


[KJtimes=김지아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HD현대 신사옥 글로벌R&D센터가 '이재명 성남시장發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이 같은 특혜 의혹으로 인해 3월 24일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둔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새 성장동력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의 행보도 재주목받고 있다. 

문제가 된 R&D센터는 범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HD현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건물이다. 최근 검찰이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시절 힐튼호텔 부지 관련 특혜 의혹 수사에 나선 가운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HD현대의 GRC 신사옥 부지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힐튼호텔 부지와 유사한 조건으로 임대 및 향후 매입 조건 등이 주어진 점 등이 부각됐다.

이 같은 의혹을 보도한 일요서울은 "무엇보다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두고 HD현대 측과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데다 향후 추가 건축도 가능하도록 용도 변경까지 선제적으로 해준 것으로 보여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보도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6년 12월 공유재산의 일부 토지에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R&D센터' 신축이 가능하도록 행정 지원에 나섰다. 당초 계획은 백현지구에 통합 R&D센터 건립을 돕는 것이었지만 성남시와 현대중공업은 MOU를 체결하고 센터 구축 계획을 다시 세웠다. 

당시 백현 도시개발 사업을 위한 현물 출자 지연으로 사업 착수가 미뤄졌고 공유재산 관리 계획과 관련 심사가 보류, 성남시의회 상임위에서의 부결 및 본회의 부결 등으로 차질이 생겼다. 

이에 성남시는 현대중공업과 변경 협약을 체결했고, 사업 위치를 백현지구에서 분당 정자동 4-5번지, 잡월드 잔여부지로 변경했다. 위치만 변경했을 뿐 사업계획은 동일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성남시 민선 6기,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재선되면서 다시 추진됐다는 점과, 이재명 시장의 당시 공략이 '기업 유치를 통한 시민행복 자주재원 추가 확보'라는 부분에서 '의혹'의 불씨가 생겨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요서울에 따르면, 당시 현대중공업그룹 사옥으로 해당 부지를 내주는 데는 문제가 많았다. 해당 부지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잡월드 잔여부지였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성남시는 2015년 잡월드 잔여부지에 대해 '가족형 호텔, 축구센터' 설치 등을 위해 고용부와 협의한 바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직업 체험관인 잡월드와 관련 시설로 분류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통합 R&D센터는 관련 시설로 분류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는 게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설명이다. 

성남시는 2007년 1월 당시 노동부와 잡월드 업무 협약상 잔여부지 활용에 대한 제한적 계약을 맺었다. 잔여부지 활용이 필요한 개발 계획을 세울 때는 고용부와의 사전 협의가 전제 조건이기도 했다.    

결국 성남시는 현대중공업과 사업계획 협의를 통해 직업체험관(잡월드) 이용객이 투어·체험할 수 있는 '산업박람 및 견학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자는 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성남시 첨단산업과는 현대중공업과 고용부 협의 자료를 준비하고, 고용노동과는 고용부와의 협의를 주관했다. 

◆"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현대중공업" 연구시설이라 가능했다 

실제로 지자체가 기업유치를 하는 방법 중 '공유재산'의 대부나 매각은 관련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일반입찰을 통해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는 일반입찰 시 최고가 낙찰을 전제하고 있기에 기업유치 방법으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의계약 대상 조건을 활용해 기업유치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이와 관련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29조(일반재산의 대부계약 등) 19항에 따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상시 종업원의 수가 10명 이상인 '연구 시설과 그 지원시설'로, 그리고 제38조(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는 경우) 28항에 따라 '연구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매각하는 경우'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성남시는 그러면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근거해 공유재산에 영구시설물 축조 가능한 조항을 찾아냈다. 예컨대 공유재산 대부 시 원칙적으로 영구시설물 축조가 금지되나 다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상시 종업원 수 10명 이상인 연구시설 유치를 위해 대부하고, 대부기간(20년)이 끝났을 때 대부받은 재산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축조하는 경우는 허용이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너무 싼 HD현대 GRC 임대료" 김장권 의원 "거절할 수 없는 유혹"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일요서울과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HD현대가 성남시 정자동 4-5번지 잡월드 잔여부지를 임대하면서 성남시에 납부하는 비용은 2022년 기준 14억3697만7880원이다. 힐튼 호텔 부지와 거의 동일한 임대료다. 


최종 2019년 8월 임대 계약을 체결한 HD현대는 2019년 4억8700만원, 2020년 12억8600만원 2021년 13억5000만원 등을 임대료로 선납했다. 지난해 기준, 매달 약 1억1970만원의 월세를 납부한 셈이다. 3000여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7000평 부지의 대규모 신사옥이 부지 임대료로 1억원이 조금 넘는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미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1만8884㎡(약5712평) 부지에 지어진 힐튼 호텔보다도 더 큰 특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장권 성남시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HD현대 GRC 사옥의 경우 앞서서 의혹이 제기된 힐튼 호텔보다 더 큰 특혜로 보인다"며 "힐튼 호텔 시공사인 베지츠 건설의 경우 외자유치지만, 현대중공업은 어떻게 수의계약이 이뤄졌는지 심도 깊게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 GRC 사옥의 경우 현재 계약 조건대로라면, 7000평이 넘는 부지에 매달 1억원 남짓한 월세로 20년간 이용할 수 있다. 이후에는 부지를 우선 매입할 수 있고, 현재 건축물이 없는 잔여 부지에 추가로 건축까지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HD현대가 지난해 말 사옥 이전 마무리와 함께 계열사들이 입주하면서 매년 약 200억원 이상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점을 감안하면 1억2000만원의 저렴한 월세가 '특혜'로 보여지기에 충분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선이다. 


3월 28일 주총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다뤄지는 권오갑 회장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건물이 이처럼 '논란'속에 회자되면서, 권오갑 회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권 회장은 오는 3월 28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진다. 

HD현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는데, 권 회장의 HD현대 사내이사 임기는 3년이다. 앞서 권 회장은 2018년 3년 임기의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사내이사에 올랐고, 2021년 2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1951년생인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오일뱅크 부회장, 현대중공업 부회장,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19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정기선 사장과 각자 대표체제로 HD현대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룹에서 권 회장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현대맨'이다. 유비무환을 강조하는 권 회장은 앞서 계열사 사장단 회의 때마다 "하나의 변수가 아닌 안팎의 악재가 겹치는 복합 위기를 대비하라"는 지시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계열사별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권 회장은 2022년 4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오고 있고 이게 다 뭉쳐져서 몰려오면 큰일 난다"며 사장단을 소집했다고 전해진다. 

권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기선 사장은 정몽준 HD현대 최대주주의 장남으로, 정 사장은 HD현대가 순수지주사로 전환한 뒤 지주사 대표와 함께 그룹의 미래사업을 이끄는 미래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맡아 새 성장동력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이번 문제가 된 'R&D센터' 집들이에서도 "정말 일 하고 싶은 회사,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더 스마트한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이번 이재명發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권 회장과, 정 사장의 입지도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어진 HD현대의 상징적인 건물이 '이재명발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 자체가 권 회장의 경영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 진행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새롭게 재조명 된다면 정도경영의 이미지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특혜 의혹 등 관련 기사에 대해 HD현대측 관계자는 "용도 변경은 HD현대가 GRC건립을 추진하기 이전인 2015년 9월에 성남시에서 이미 확정한 뒤이기 때문에 HD현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수의계약 역시 성남시 조례에 근거한 적법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특히, GRC 건립은 2018년 4월 당시 성남시 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최종 사업이 확정된 것일 뿐이다"고 입장을 덧붙이며 이재명發 특혜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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