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공화국의 민낯③] "소상공인 부담 경감? 외려 혼란"…321곳 시민·환경단체 공동 행동

2023.11.22 12:49:26

전국 18개 지역서 기자회견 및 1인시위…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 촉구


[KJtimes=정소영 기자]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 발표 이후 전국 321곳 시민·환경단체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을 결성하고 공동행동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1일 전국 321개 시민·환경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규탄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이번 공동행동은 가장 먼저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날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국 1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 7일 환경부는 △종이컵 규제 대상 제외, △플라스틱 빨대 및 비닐봉투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을 발표하며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발표했다. 해당 일회용품은 2022년 11월 24일 규제가 시행됐어야 했지만 계도기간 1년 종료 2주를 앞두고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번 일회용품 규제 철회와 지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유보에서 환경부는 계속해서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만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만을 기다려 온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정부를 믿었다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동참 업체들이 무더기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제도 안착이 요원해졌다.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규제 정책에 대해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아쉽게도 충분한 준비에 이르지 못했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준비할 의지가 없었다는 무책임한 선언과 같다”라며 “일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국민들에게 일회용품 사용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명백히 담당부처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 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과 업계, 일회용품 감소 위해 노력 중, 환경부 오히려 의지 꺽어국제사회 흐름 역행"

이날 공동행동에 나선 환경단체를 대표해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활동처장은 "국민들은 일회용품에 대해 누구나 할 것 없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환경부가 국민들의 실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라며 환경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특히 '종이컵은 세계적으로 규제하는 나라가 없다', '비닐봉투는 생분해성 비닐봉투로 잘 정착되고 있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종이컵의 경우 독일 등의 나라에서 규제되고 있고,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재활용이 어렵고 매립, 소각될 수 밖에 없는 일회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며 정부가 마치 일회용품 규제에 있어 할 일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일회용품 사용금지는 권장할 사항이 아니고 강력한 규제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24일 시행됐어야 할 일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길 요구했다.  

이번 규제에 대해 소비자기후행동 서울 이수진 대표는 "종이컵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더욱이 환경부는 지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유예, 축소하며 규제를 포기한 적이 있음을 다시 밝히며 시민들과 업계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환경부가 오히려 그 의지를 꺽고, 국제사회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골든 타임은 이제 5년 6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전면 수정하고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생명다양성재단 성민규 연구원은 "야생동물 걱정하는 단체가 이례적으로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를 비판하러 나온 이유는 무분별하게 생산 소비하고 폐기한 일회용품이 야생동물들을 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순간에도 바닷새들의 목구멍에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가고 거북이의 코에 빨대가 꽂히고, 비닐봉지가 고래의 배를 채우고, 바다사자의 목을 조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멸종위기 해양동물, 상괭이 참돌고래 남방큰돌고래 긴수염고래 붉은바다거북 모든 개체의 몸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날벼락같은 환경부의 갑작스런 일회용품 규제 철회는 환경부가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아닌 죽이는 길을 택한 것"이라며, "이름만 환경부지 환경파괴부라는 오명은 이미 우스개소리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반환경적인 행보 멈추고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시민들을 배신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하면, 시민을 쓰레기산으로 몰아넣는 것"

청년입장을 대표해 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결정은 환경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민의 몫으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대다수의 카페 매장에는 컵쓰레기가 넘쳐날 것이며 이는 시민을 쓰레기산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텀블러, 장바구니 등 다회용품에 적응해가고 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일회용품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게으른 처사"라고 비판했다.

제로웨이스트 카페를 운영중인 길현희 대표는 "처음 건물 내부 금역 제도가 시행됐을 때도 큰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은 빠르게 성숙해졌다"며 "규제가 잘 작동된다면 사람들은 충분히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예측가능하고 일관적이야 하는데 계속 소상공인을 핑계로 정부가 마음을 바꾼다면 정부의 말만 믿고 산업에 투자하던 다른 산업이 무너지고야 만다"면서 규제 철회는 소상공인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고 분노했다. 

한편 이번 전국 공동행동을 통해 전국 321개의 환경·시민단체와 제로웨이스트 모임,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에게 일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함께 요구하고, 범국민 서명운동 환경부에 전달하는 등 일회용품 규제 정상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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