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전기차 60만대 시대 '컨트롤타워' 부재..."주먹구구식 정책 남발, 차량 제조사 책임 회피"

2024.08.27 11:36:59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166건) 매월 4건 이상의 전기차량 화재 발생"
소비자주권 "차량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정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정부 내 컨트롤 타워 없는 제각각 대책이 소비자 불안, 혼란 부추겨
여객선 50% 공동주택 90% 충전 제한으로 전기차 화재 예방 어려워
원인 불명 전기차 화재 사고, 원칙적으로 차량 제조사가 책임져야


 
[KJtimes=정소영 기자]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 전기차를 기피 하거나 이미 소유한 소비자들도 충전과 화재의 위험으로 인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못 이겨 전기차를 팔거나 운행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친환경 전기차 보급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환경 문제로 정부에서 전기차를 장려하며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소유자는 화재로 인해 타인의 차량 및 건물까지 손해배상 해야 하는 “전기차 패가망신”에 마녀사냥까지 당하고 있다.
 
전기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6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8월 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국토교통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 6610대로 집계됐다. 2017년 당시 전기차 등록 대수는 2만 5108대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4배가량 성장했다.
 
◆ 최근 3년간 총 139건의 전기차 화재 중 ‘주차 중’ 36건, ‘충전 중’ 26건 

제작사별 전기차 등록 현황을 보면 현대차가 39.8%(24만 1691대)로 가장 높았고, 기아가 27.4%(16만 6274대)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기아 합산 비중은 67.2%로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2대가량이다. 다음으로 테슬라 13.3%(8만 942대), BMW 3.3%(1만 9868대), 메르세데스-벤츠 3.1%(1만 8775대), 한국GM 2.6%(1만 630대), 르노코리아 1.7%(1만 588대) 등의 순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총 139건의 전기차 화재 중 ‘운행 중’ 발생 건은 68건, ‘주차 중’ 36건, ‘충전 중’ 26건이다. 특히 올해 5월까지 27건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는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매월 4건 이상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늘고 있는 전기차 화재에 정부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핵심은 새로 짓는 건물의 경우 지하 3층까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화재 발생 시 진화 작업이 용이한 범위를 고려한 것이다.
 
화재의 주요 원인은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열폭주는 과충전, 장시간 사용, 물리적 손상 등으로 내부 화학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배터리가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화학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나 온도가 1000℃를 넘어서며,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더 큰 열이 발생하고 피해가 확대된다. 전기차의 주요 에너지저장장치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현재 니켈 함량이 80~90%로 높은 하이니켈 계열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니켈이 많이 포함된 하이니켈 양극재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높은 니켈 함량은 열 안정성을 낮춰 열폭주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토부는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권고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지하 주차장에 90% 이하 충전 차량에 제한하기로 했다. 

◆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련 규정 상세하게 개정 보완 시급

이와 관련,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0일 전기자동차는 환경보호와 자동차 산업 발전, 그리고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연구와 노력과 더불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화재로부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전기차와 관련해 일관된 정책과 연구 그리고 관리 감독을 담당할 컨트롤타워 설립, 안전한 충전 인프라의 확충, 전기자동차 정기검사 시 배터리 성능 및 안전성을 검사할 수 있도록 자동차 성능검사 기준 개선 등 10가지 개선 의견을 제안했다. 

첫째,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개정 보완해야 한다, . 국토부의 배터리 제조사 공개, 화재로 인한 대형 피해가 예상되는 지하 주차장, 선박, 주차타워에 대한 전기차량의 충전율 제한에 대해 권고 수준이나 이를 자동차관리법의 시행령이나 규칙 등으로 개정해야 한다. 자가인증으로 제조사 임의대로 차량을 판매하고 배터리에 대한 아무런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하여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즉각 배터리 셀 단위 사전 형식제도로 바꿔야 한다.
 
둘째, 충전량 감소에 따른 주행거리 감소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 90% 충전으로 감소돼 사용하지 못하는 주행거리 손실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 손실에 대해 항의할 것이고 차량 가격에서 배터리 사용량에 비례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회사가 납품가격을 낮출 것인지 아니면 완성차회사가 이 부분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들과 전기차 운전자의 불안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안전한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 시급하다. 지하 주차장 출전 불가, 철거, 지상 이동 등 불안에 의한 행정 낭비 및 비효율적 정책이 남발하고 있으므로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안전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규정 및 법 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지원으로 전기차 소유자들에게 불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전기차는 급속충전보다 완속 충전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울시가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9월부터 충전율을 80% 제한하고 향후 민간사업자 급속충전기도 충전율 80% 제한을 확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완충 후 발생하는 비율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90% 충전 제한이라는 비현실적 규제 대신 실내에서만이라도 급속충전과 완속 충전의 경우와 90% 이하 충전 시 전기요금에 차별을 두는 정책을 도입하여, 화재 예방을 권고 한다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다섯째, 2017년부터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 7년 된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배터리는 기간이 오래될수록 각종 화재로부터의 위험에 노출될 될 수 있으므로 전기자동차 정기검사 시 배터리 성능 및 안전성을 검사할 수 있도록 자동차 성능검사 기준 개선, 리콜 미이행 제조사 및 차량 소유자에게 강제 리콜을 할 수 있는 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섯째,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 공유제이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인해 배터리 데이터 공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배터리 데이터 공유는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하루빨리 기술개발을 통해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일곱째, 사람과 차량이 함께 이동하는 선박에서의 전기차 화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선박 내에서 전기차 충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제한하고 하선한 후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지역 여객터미널 등에 대한 충전설비 인프라 구축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선박에는 기관실 내·외부에 기름탱크가 있어 불길이 확산되면 대형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여객선과 같은 선박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 차량을 적재하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화재발생 시 화염전파가 쉽고 화재진압이 가능한 소화 장비가 허술하다.
 
여덟째, 전기차 배터리 화재예방 관련 신기술에 대하여 공유하고 공개해야 한다. 전기차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욱 확대 보급해야 하는 자동차이다. 그러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될 것이다. 전기차 화재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 1대의 손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화를 위해 많은 소방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공공의 비용이 낭비되고 주변의 다른 차량들과 인명피해로 이어지며 주차시설에 대한 별도의 건설, 내연, 전기차를 소유한 입주민들의 갈등과 마찰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아홉째, 전기자동차와 관련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과 조직, 즉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국 내외적으로 매년 신차가 쏟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기자동차의 차량 증가에 따른 각종 안전과 전원 꺼짐, 화재 등의 문제로 운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을 국토부, 환경부, 소방청, 서울시, 지자체 등 이 제각각 내놓고 있어 운전자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와 관련해 일관된 정책과 연구 그리고 관리 감독을 담당할 중심적인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열 번째, 현재 60만 대 이상 전기차 소유자들에게 화재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점점 늘어나는 아파트와 공용건물의 생활구조에서 지하 주차장의 충전량 감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을 세워줘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화재 예방, 충전 인프라가 등을 새롭게 구축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과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인지도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며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는 지상에서의 주차나 충전 시에도 화재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하루라도 빨리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조사와 정부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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