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세계자연기금(WWF)이 ‘세계 눈표범의 날(International Day of the Snow Leopard, 10월 23일)’을 맞아 불법 사냥과 기후변화로 인해 눈표범 서식지의 최대 23%가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며, 과학적 모니터링과 지역사회 협력 기반의 보전 활동 강화를 촉구했다.
23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눈표범의 날’이다. WWF는 이날을 맞아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눈표범의 서식지가 2070년까지 최대 23% 줄어들 수 있다”며 “눈표범의 감소는 곧 고산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표범은 중앙아시아와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서식하며, ‘설산의 유령(Specter of the Snow Mountains)’이라 불릴 만큼 은밀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그러나 눈표범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먹이 종의 분포를 바꾸고, 번식지의 환경을 위협하며, 결국 눈표범의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 설산의 유령, 생태계의 지표종
눈표범은 단순히 ‘멸종 위기종’이 아니라, 고산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 이자 지표종(indicator species) 으로 꼽힌다.
눈표범이 사라지면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급증해 초원과 산림이 훼손되고, 이에 의존하는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WWF는 “눈표범의 위기는 곧 히말라야 생태계 전체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눈표범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전 세계 개체 수는 약 4,000~6,500마리로 추정된다.
광산 개발, 도로 건설, 수력발전, 관광 인프라 확충 등으로 서식지가 단절되고 있으며, 불법 사냥과 보복성 살해도 심각한 위협이다. WWF 조사에 따르면 매년 약 220~450마리의 눈표범이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다.

◆ “고산의 곡예사” 눈표범의 놀라운 생존 전략
해발 3000~4500m의 혹독한 히말라야 산맥에서 살아가는 눈표범은 진정한 생존의 달인이다. 5cm에 달하는 두꺼운 털과 최대 1m의 긴 꼬리는 혹한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균형을 잡는 데 필수적이다. 짧은 앞다리와 강한 뒷다리는 몸길이의 여섯 배에 달하는 약 9m까지 도약할 수 있게 하며, 발바닥의 두꺼운 털은 천연 눈신처럼 작용해 미끄러운 설산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회색빛 털과 옅은 반점 무늬는 설산의 바위와 눈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덕분에 눈표범은 ‘고산의 곡예사’이자 ‘설산의 유령’이라 불리며, 인간의 접근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 인간의 탐욕, 사라지는 산의 왕
눈표범은 오래전부터 불법 밀렵의 주요 대상이었다. 화려한 털과 뼈, 신체 부위는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장식품이나 전통 의학 재료로 거래되고 있다. 먹이 부족으로 가축을 공격한 눈표범이 주민의 보복성 살해를 당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한편 광산 개발과 도로 건설은 눈표범의 이동 경로를 단절시키며, 서식지의 파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그림자 속에서 눈표범은 점점 설산 깊숙이 밀려나고 있다.

◆ WWF “사람과 눈표범이 공존하는 길 찾는다”
WWF는 눈표범의 생존을 위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보전 모델’ 을 구축하고 있다.
동부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과 협력해 눈표범 모니터링, 가축 피해 보험 제도, 포식자 방지 울타리 설치 등을 통해 보복적 살처분을 줄이고 있다.
또한 불법 야생동물 거래 근절을 위해 ‘온라인 야생동물 밀매 종식 연합(Coalition to End Wildlife Trafficking Online)’을 운영하며, 주요 플랫폼 기업과 함께 불법 거래 탐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과학 기반의 보전도 병행 중이다. WWF는 인도, 몽골, 부탄 등지에서 눈표범 개체 수 조사를 지원했으며, 그 결과 부탄에서는 2016년 대비 2023년 눈표범 개체 수가 39.5% 증가했다.
또한 GPS 위성 추적 목걸이를 부착해 눈표범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환경 DNA(eDNA) 분석을 통해 눈표범의 서식 여부를 비접촉 방식으로 파악하는 첨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WWF 관계자 “눈표범 보전은 단순히 한 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지구의 고산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일”이라며 “과학적 연구와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사람과 눈표범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