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모비스, 성희롱 논란이 ESG 리스크로…지배구조 신뢰성 시험대

2026.01.30 08:13:58

현대모비스 ESG의 균열 "성희롱은 관리됐고 책임은 사라졌다?"
인사팀장 논란, 내부 관리 관행이 만든 구조적 리스크 지적
반복 제기된 문제 제기에도 바뀌지 않은 대응 방식 도마 위
"사건보다 중요한 건 대응 방식"…인사·윤리 시스템 신뢰성 논란

[KJtimes=김은경 기자] 현대모비스 인사팀장을 둘러싼 부적절한 언행 논란이 단순한 내부 인사 문제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성희롱 논란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의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복 제기된 의혹, 공개되지 않은 판단 기준

문제는 지난해 말 인사팀 송년회 자리에서 불거졌다.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제기된 주장에 따르면 인사팀장은 같은 팀 여직원에게 욕설을 했고 귀가한 직원을 다시 불러낸 뒤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직원은 이후 해당 인사가 포함된 술자리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사 결과와 판단 기준, 징계의 종류와 수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한 직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조사에 외부 전문가나 독립 기구가 참여했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은 해당 인사가 과거에도 유사한 사유로 징계를 받고 지방 발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주장과 맞물리며 확산됐다. 이번 사안 이후 내려진 조치 역시 인사이동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를 실질적인 징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내부와 외부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논란의 당사자가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다는 점이다. 인사팀장은 직원 평가와 징계, 고충 처리, 윤리 규정 집행에 관여하는 핵심 위치다. 그 책임자의 윤리성과 징계 방식은 조직 전체의 신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서 인사 이동 중심의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을 두고 징계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의 경우 단순한 조치 여부보다 실제로 불이익이 수반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인권 전문가들은 "문제 제기가 반복되는 인사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내부 신고 시스템 자체가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사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조직 문화 전반에 미치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ESG 관점에서 본 '지배구조 리스크'

이번 논란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과거에도 임원급 인사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징계 사실만 인정하고 구체적인 처분 내용과 재발 방지 대책은 공개하지 않는 대응을 반복해왔다.


지난 2018년 이른바 ‘성스폰 상무’ 논란, 2019년 고위 임원의 성희롱 사건 당시에도 회사는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 규정이 어느 수준의 책임을 묻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회사가 사안을 조기에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정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응 방식이 우연의 반복이라기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내부 관리 중심의 관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회사는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지만 대응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이 같은 논란은 ESG 평가와도 직결되고 있다. ESG 평가에서 ‘사회(S)’ 영역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인권 보호 체계를 주요 지표로 삼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사안이 지배구조(G)의 작동 방식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은 사건 자체보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이사회 보고 여부 △재발 방지 체계 △피해자 보호 절차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외부 조사 기구나 독립 위원회가 참여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느 수준까지 공개됐는지가 기업 리스크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ESG 전문가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 규정만을 앞세우는 방식은 단기적인 이미지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제는 있으나 견제는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응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개별 사건이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이런 논란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은 재무 성과뿐 아니라 내부 통제와 윤리 리스크를 주요 투자 판단 요소로 삼고 있다. 인사·윤리 이슈가 반복될 경우, 주주총회 안건이나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현대모비스 측은 개인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ESG 경영을 강조해온 기업으로서 이번 논란이 단발성 이슈로 관리될지 아니면 지배구조 개선 논의로 이어질지는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ESG는 선언이 아니라 과정"이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대응하느냐가 결국 기업 가치로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현대모비스의 반복된 대응 방식이 변화의 계기가 될지, 또 하나의 관리 사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김은경 기자 k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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