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국민 식탁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가 6년 동안 기업들의 담합으로 좌지우지돼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들이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5조 8000억원 규모의 민생경제를 흔들었다고 내다봤다. '시장 왜곡'의 전형이라는 것.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4개월반 동안 밀가루 담합 사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내 밀가루 B2B 판매시장에서 2024년 기준 88%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주요 제분사들이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반복적으로 판매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5조 8천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됐다.
심사관은 이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및 제3호(물량배분 담합)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으며, 위원회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미 2026년 1월 검찰은 7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고발한 상태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내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공정위는 절차 종료 후 신속히 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과거와 국제 사례로 본 담합의 그림자
이번 사건은 20년 만에 다시 공정위가 밀가루 담합을 심판대에 올린 사례다. 과거 2006년에도 제분업체 8곳이 담합으로 적발돼 총 4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에 따라 밀가루 판매가격이 약 5% 인하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규모와 기간에서 훨씬 더 크고 길다. 관련 매출액만 5조 8000억원에 달해, 법령상 최대 1조 16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식품 원재료 담합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유럽에서는 설탕·밀가루 가격 담합이 수조 원 규모로 적발된 사례가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 시기를 사전에 조율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나누는 방식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다.
최근에는 '빵플레이션'과 '슈가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담합이 생활물가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공정거래 전문가 정양훈 변호사는 "식품업계 담합은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을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일시적 처벌만으로는 근절되지 않는다. 시장 구조 개선과 강력한 법 집행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밀가루 담합 사건은 국민 생활물가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민생을 위협하는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부처 협력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과 물가 안정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