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한일 바이오 협력이 단순 교류 단계를 넘어 공동 연구개발(R&D)과 투자 연계로 확장되는 '2.0' 단계에 진입했다.
정부 간 외교 기조를 기반으로 민간 제약사와 벤처캐피털(VC)까지 참여하는 구조로 고도화되면서, 아시아 바이오 생태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6일 일본 도쿄 안다즈 호텔에서 한·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R&D 업무협약(MOU) 체결식과 제3회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 한·일 바이오 2.0 밋업 행사를 연이어 개최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한·일 정상 셔틀외교 기조에 따른 고위급 후속 조치로, 스타트업과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협력을 실질적 성과 창출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일본 주요 제약사 3곳과의 글로벌 공동 R&D 협력 MOU 체결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제약사인 아스텔라스와 오노제약, 마루호가 참여해 한국 바이오 중소·벤처기업과의 공동 연구 추진에 합의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 규모는 협력의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기준 아스텔라스의 연 매출은 18조9000억원, 오노제약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마루호는 2022년 기준 8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연 매출 약 1조원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단순 기술 교류가 아닌,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를 염두에 둔 전략적 협력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일본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 수요를 제시하고, 중기부는 이를 토대로 역량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를 발굴해 공동 R&D와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 수요 제시형 협력 모델을 통해 초기 단계 기술이 실제 임상과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아시아 바이오 생태계로 확장…투자까지 연결
이날 열린 제3회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양국 정부와 제약사, VC, 바이오벤처가 참석해 한·일 바이오 협력 경과와 후속 지원 방안, 아시아 바이오 생태계와 글로벌 시장 연계 전략 등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제약 기업과 한국 스타트업 간 협력이 심화되고 있으며, 벤처 간 협업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의 유스바이오글로벌과 일본의 Human LifeCord는 2025년 10월 양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상대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일 간 기술 상호보완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오후에 열린 '한·일 바이오 2.0 밋업' 행사는 보다 실질적인 매칭의 장으로 운영됐다. 일본 제약사 3곳이 공동 연구를 희망하는 기술 분야를 직접 설명하는 리버스 피칭을 진행했고, 일본 진출 전략 강연과 함께 한국 바이오벤처의 IR 발표가 이어졌다.
일본 VC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글로벌브레인은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일본 최대 투자사 중 하나로, 한국 투자 전략과 계획을 소개했다. DCI 파트너스는 20년 이상 헬스케어 투자 경력을 바탕으로 일본 최대 생명과학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검증 이후 투자로 이어지는 'R&D-투자-사업화' 선순환 구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이번 행사는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이어진 한·일 바이오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다. 초기에는 네트워킹과 정보 교환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술 수요 제시, 공동 연구, 임상 협력, 투자 연계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일 바이오 협력이 외교적 상징을 넘어 산업 전략 차원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2월 26일 행사에서 "앞으로도 한일 바이오 협력이 공동 연구와 투자,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양국 공동의 실질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바이오 협력 2.0이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 글로벌 신약 공동개발과 아시아 바이오 밸류체인 재편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