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정부]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에 정부 '비상 모드' 전환

2026.03.26 01:02:47

기후부, 25일 에너지비상대응반 '차관급' 격상 첫 회의 개최
자원안보위기 '주의' 발령 이후 주 1회 점검…핵심 품목 10여개 집중 관리

[KJtimes=김은경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에너지 대응체계를 '비상 모드'로 끌어올렸다. 전력수급에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유가 상승과 공급망 충격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이호현 제2차관 주재로 '제1차 에너지비상대응반 회의'를 개최하고 중동 전쟁이 국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는 기존 대응체계를 확대 개편하고 대응반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한 이후 처음 열린 자리다. 정부는 지난 3월 2일부터 전력 공기업과 함께 운영해 온 대응반을 재정비해 범부처 차원의 대응력을 강화했다.

에너지비상대응반은 △전력수급을 점검하는 '에너지상황점검반' △절약 대책을 담당하는 '에너지효율대응반' △전력시장 영향을 분석하는 '에너지시장대응반' △국제 공조를 담당하는 '국제협력반'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자원안보위기 '주의' 단계 발령 이후 후속 대응을 본격화하는 첫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향후 매주 1회 정례 회의를 열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전력 수급 측면에서 즉각적인 위기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 기후부는 봄철 기온 상승으로 전력 수요가 감소하고, 국제 유가 상승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에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호르무즈 변수'에 촉각…공급망 관리가 핵심 과제로

다만 정부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원유·가스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과 수급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동 지역 상황에 대한 실시간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비상 대응체계를 상시 유지하고 국민 참여형 에너지 절약 대책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에너지뿐 아니라 산업·생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도 주요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차량용 요소수, 종량제 봉투, 발전용 유류 및 암모니아, 수송용 수소, 집단에너지용 액화천연가스(LNG), 풍력·태양광 핵심 기자재 등 10여 개 품목이 핵심 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들 품목은 에너지 가격 변동이나 물류 차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로,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특정 품목에서 시작된 공급망 충격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정부는 이들 품목의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현재 중동 전쟁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 전환을 가속화해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는 "지금은 공급 자체보다 '불확실성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가 대응체계를 격상한 것은 시장 심리 안정과 리스크 선제 차단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는 항상 공급망 문제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핵심 품목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는 방식은 과거 위기 대응 경험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sgy@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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