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깜짝 이벤트 행보를 이어가면서 그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와 관련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전을 대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최근 들어 부쩍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실제 전날인 8일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프로바둑 기사 조치훈 9단과 직접 바둑을 뒀다”며 관련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조 9단과 담소를 나누며 바둑을 뒀고 “현재 바둑 랭킹 1위가 누구냐”고까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지난 1일 신 총괄회장은 롯데월드타워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 전 부회장과 정혜원 SDJ 상무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그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로 안내했다. 그는 103층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14층 실내로 자리를 옮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등으로부터 2시간 넘게 공사와 영업에 대한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행보는 지난 2011년 90세를 넘어선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도 중단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 주로 머물며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계 일각에선 그의 이런 행보에 대해 본인의 의지라기보다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 전 부회장측이 기획한 ‘홍보성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신 전 부회장측이 무리해보일 정도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강행군을 이끄는 것은 현재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전’의 승패를 가를 주요 관건 중 하나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강조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 후계자는 나’라고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바로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동생 신동빈보다 나를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그의 입장에선 현재로서 거의 유일한 ‘비빌 언덕’인 아버지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정상’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신 전 부회장으로선 아버지가 정신·육체적으로 건재하시고 그런 아버지가 나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만 아버지의 건강과 의사를 강조하려는 홍보가 지나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진전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재계 일각에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전세를 뒤집으려면 신동빈 회장보다 더 롯데그룹의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는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보다 본질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또 다른 일각에선 결국 신 전 부회장이 소송에서 이기려면 의료적 검사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어떤 수준인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일 모레 95세에 이르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로 미뤄 ‘대국’은 연출의 요소가 상당 부분 가미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롯데월드타워 투어 역시 고관절까지 좋지 않은 분을 걷게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