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초보 간호사’의 짓밟힌 꿈

2020.07.31 10:41:59

A병원에서 태움으로 매일 고통에 시달려…극심한 스트레스에 마르지 않는 눈물

[KJtimes=견재수 기자]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병원에 간호사로 취업이 되서 좋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출근한지 세 달도 채 안 된 지금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지를 고민하며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


지난 5A병원에 간호사로 취업한 딸을 걱정하는 한 아버지의 하소연이다. 기자와 지인 관계인 B씨는 최근 식사 자리에서 딸의 직장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딸이 A병원에 들어간 이후 직속상관으로부터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헤어스타일, 걸음걸이 같은 업무와 무관한 외모 비하성 지적을 자주 받다 보니 퇴근해서 집에 오면 힘들어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갓 입사한 초보 간호사 딸이 업무가 서툴러서 (상관에게) 물어보면 지난번에 알려주었다면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답변하기 일쑤라며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아이는 그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딸이 힘들어 할 때 마다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것을 권유해보기도 했지만 간호학과에 입학할 때부터 A병원에 취업하는 것을 동경하고 목표로 삼았던 터라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B씨의 목소리에는 딸에 대한 안쓰러움이 절절히 묻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대형병원에서 태움(간호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간호사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잇따랐던 만큼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B씨는 더 늦기 전에 딸에게 퇴사를 설득할 생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얼마 전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KBS 드라마 영혼수선공에서 간호사 태움 문화를 조명해 깊은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해당 드라마에서 지속성우울장애를 앓다 세상을 등진 간호사와 그가 떠난 뒤 드러난 과중한 업무량과 일부 간호사가 행한 직장 내 괴롭힘은 태움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는 더욱 참혹하다는 게 간호사들의 목소리다.


지난 15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의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박선욱,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이후 출범한 진상대책위원회가 34개의 권고안을 발표했고 서울시는 100% 이행을 약속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이른바 '태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 간호사가 근무했던 서울의료원에서는 또 한 건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이 만들어져서 시행되어도 왜 병원현장은 변하지 않고 있나라는 코로나 영웅간호사들의 외침에 이젠 누군가는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할 때다.



견재수 기자 ceo0529@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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