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소유에서 공유로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특히 IT 발달로 소유보다 더 편리한 공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기존의 사회가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으로 인한 소유의 시대였다면 미래는 재화와 서비스를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는 공유의 시대가 될 것이다.”
공유경제제연구소 이계원 대표는 지난달 25일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21 제1회 공유경제 학교’ 초청 강연에서 ‘공유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공유경제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 같이 전망했다.
이 대표는 요즘 핫한 공유경제의 사례로 ‘빨래방’과 ‘오디오북’ 시장의 현 상황과 향후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저는 집에 세탁기나 건조기가 있지만 운동화를 빨기 위해 빨래방을 이용한다”고 운을 뗀 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30%를 넘어섰다. 이들의 상당수는 좁은 원룸에서 사는데 집도 좁은데 세탁기, 건조기 같은 빨래 용품들이 다 갖추기에는 공간이 좁다”고 1인가구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이어 “요즘 의류 관련 가전제품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세탁기하나면 충분했는데 건조기, 의류를 관리 할 수 있는 드레스에 신발 관리하는 슈드레스까지 등장했다”며 “이렇다 보니 방하나 가득 채워도 의류 관련 가전제품이 다 들어갈 수 없다. 저희 집도 건조기가 아이들 방에 들어가 있다. 더 이상 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좁은 집에서 넘치는 가전제품을 껴안고 사느니 보다는 공간 활용 측면에서 보면 빨래방에 가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빨래방이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면서 “우선 가격이 비싸다. 세탁하는데 1회에 4000원에서 5000원 정도 든다. 건조까지 하게 되면 한 번에 8000원에서 1만원 정도 든다"며 “1주일에 한두 번 간다고 보면 한 달에 4-5만원, 1년이면 50만원 정도가 빨래방 비용으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동이 번거롭고 빨래를 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낭비가 상당히 많다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빨래방이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이 같은 단점들을 보완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빨래방에 가서 빨래부터 건조까지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빨래방) 공간을 복합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빨래방만 하는 게 아니라 북카페나 브런치카페 같은 것을 같이 한다면 이익을 여러 군데에서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래방을 창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창업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면서 “20~30kg의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에 비해 굉장히 비싼데 빨래방 창업하는데 1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공유경제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디오북에 대해서도 장점과 단점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도서관은 적은 비용으로 하나의 책을 여러사람이 빌려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전적인 공유경제의 모델로 볼 수 있다”며 “지금은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같은 경우 기존의 종이책 보다 공유경제적인 속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이책은 한 사람이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없으나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10만명이 동시 접속해서 책을 보거나 들을 수 있다”면서 오디오북을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어 “공유경제측면에서 보면 오디오북 한권만 만들어 놓으면 10만건이건, 100만건이건 동시에 재생이 가능하기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이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저 같은 경우 책을 좋아하다 보니 1년에 500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눈이 나빠져서 한 동안 책을 못읽다가 궁여지책으로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최대 오디오북 사이트인 ‘밀리의 서재’의 경우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서비스 하고 있다. 10만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원하는 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면서 “책이 많다보니 사람이 일일이 녹음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딱딱한 기계음으로 녹음이 되어 있어 퀄리티가 떨어진다”며 “기계음을 오래 듣다보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밀리의 서재'와 경쟁하고 있는 ‘윌라 오디오북’은 전문 성우가 녹음해 퀄리티가 높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윌라 오디오북을) 듣고 있으면 잘 만든 오디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존의 종이책이 가지지 못하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종이책보다 몰입도다 더 높을 때도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책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윌라 오디오북’의 단점으로 소개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오디오북의 진화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책의 양이 쌓이면서 개인 맞춤형 책 추천, 전문성우의 목소리로 녹음하는 등 질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헀다.
이 대표는 공유경제의 정의와 관련 “사전적 정의만 놓고 보면 공유경제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저는 사람들에게 ‘당근마켓’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근마켓을 해보면 공유경제가 뭔지를 바로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유경제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첫 번째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이 대표는 “물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는 공유경제가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면서 “일례로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보통은 하루에 1시간도 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나머지 23시간은 주차장에 세워 두게 되는데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내가 필요한 시간만큼 차를 빌려 쓰게 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의 또 다른 이점으로 환경문제 해결과 IT 편리성 증대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소유보다 공유를 하게 되면 자원 낭비, 에너지 낭비 등을 줄일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례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게 되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어 “과거부터 공유경제와 유사한 ‘아나바다 운동’ 같은 것이 있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휴대폰만 있으면 쉽게 공유 물품 검색, 주문,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공유의 편리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우리 일상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이 대표는 “첫 번째로 법제도다. 법은 굉장히 보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사회발달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현행법 하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제도적인 부분보다 더 큰 산이 신뢰다. 내가 가진 물건을 공유할 경우 상대방을 어떻게 믿고 빌려 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전세계 숙박, 홈스테이 연결 네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모르는 사람이 내 집에 와서 물건을 훼손할 수도 있고, 가져갈 수도 있다. 심지어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있는데 내 집을 함부로 빌려 줄 수 있을까 라는 신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은 상호평가를 한다든지, 사고가 나면 보험을 통해 처리한다든지 하는 것과 같이 시스템적으로 제도개선이 체계적으로 되어야만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세 번째로 문화적인 측면인데, ‘문화지체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법제도나 기술 같은 것은 빨리 변화하는데 반해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서 “10년, 20년 전에도 원격의료라든지 재텍근무, 원격학습 등이 다 가능했다. 하지만 문화적인 걸림돌 때문에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를 계기로 도외시되던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초기에만 해도 공유경제가 활성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우버라든지, 에어비앤비 등이 망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공유주방, 공유퀵보드 등이 활성화됐다. 기존의 문화에 가로막혀 시행되지 못하던 것들이 코로나라는 시대의 역병을 만나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