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습격-위기의 문화재] 천연기념물 서귀포 문섬이 망가진다

2022.06.13 18:09:24

환경단체, 문섬 북쪽면 관광잠수함 운항구역 전체 암반 훼손



[KJtimes=정소영 기자]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에 자리한 문섬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421호(문섬·범섬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립공원 1a(엄정보호지역)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2000년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아름답게 발달한 주상절리의 특성과 해산 동식물의 다양한 종조성과 한국산 신종, 미기록종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며 “남방계 생물종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어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자 한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육지부에서 수중으로 연속된 주상절리 암반에는 수심 0~10m는 감태·모자반 등 대형 갈조류가 우점하고 수심 10~35m는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해송 등 산호가 우점하고 있다. 문섬은 이처럼 국내외 해양보호구역의 핵심구역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뛰어난 생물다양성을 간직한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그러나 문섬 일대가 훼손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34년 동안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 등이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을 지속해서 허가해 훼손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문섬 일대 암반·산호 군락 훼손 심각

녹색연합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인 문섬 북쪽면 동서 150m, 수심 0~35m를 조사한 결과, 문섬 일대 암반과 산호 군락이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 전체의 수중 암반이 충돌로 긁히거나 무너지면서 지형 훼손이 발생했다. 녹색연합은 서귀포 관광잠수함을 운항하는 과정에서 수중 조류와 가시거리를 무시한 채 관광객에게 무리하게 문섬의 수중 환경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추측했다.

또 수심 20m에 있는 길이 25m, 폭 6m의 중간 기착지는 의도적 지형 훼손 가능성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운항구역 내에서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해송과 긴가지해송 등 법정보호종 산호 9종이 확인됐지만, 위협 상황에 방치되고 있다.

서귀포 관광잠수함을 운항하는 대국해저관광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서귀포항과 문섬 일대에 관광잠수함, 승객수송선, 비상구조선, 해상바지선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문섬과 범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청으로부터 관광잠수함 운항에 관한 현상변경허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문섬 일대 수중 암반 훼손과 산호 충돌 상황을 알면서도 단 한 번도 멈추게 한 적 없이 20년 이상 잠수함 운항을 허가했다는 점이다. 



녹색연합은 “이는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의 기본 원칙인 ‘원형 유지’(문화재보호법 제3조)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2007년 제정한 ‘문섬 천연보호구역내 잠수정 운항 규정’의 ‘안전운항 지침’과 ‘연산호 보호대책’도 무용지물이었다. 지금이라도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을 멈추고 천연기념물 문섬의 수중 훼손을 정밀 모니터링해 보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통상 운항하는 코스는 동쪽과 서쪽 잠수지점 150m 사이에서 출발해 입수한다. 수중 암반을 따라 산호와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수심 20m에 있는 길이 25m, 폭 6m ‘중간 기착지’에 착지해 수중 다이버쇼를 관람한 후 수심 35m의 난파선을 둘러보고 부상한다.

중간 기착지는 2001년 ‘문섬 잠수정 운항 최초 신청서’에 ‘중간 기착지 운영의 건’으로 허가 신청된 사항이었다.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았다. 이곳의 용도는 관광잠수함의 안전 이상 유무 확인과 다이버쇼를 연출하는 장소다. 

녹색연합은 “그런데 중간 기착지의 바닥과 좌우 암반지형은 길이 25m, 폭 6m로 반듯하게 평탄화돼 있었다”며 “잠수함 운항을 위해 인위적인 불법 현상변경이 의심되며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잠수함 운항구간, 천연기념물·법정보호종 9종 확인

녹색연합은 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훼손지에서 천연기념물 해송과 긴가지해송을 포함해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측맵시산호, 밤수지맨드라미, 연수지맨드라미, 흰수지맨드라미, 둔한진총산호 등 법정보호종 산호 9종을 확인했다. 이외에 정확히 동정되지 않은 각종 연산호와 진총산호, 돌산호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정밀한 추가 조사를 한다면 법정보호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녹색연합은 “그런데 잠수함 운항구간의 산호는 언제 사라질지 모를 상황이었다”며 “수심 10m 이내 구간은 잠수함 충돌로 감태 등 대형 갈조류와 분홍바다맨드라미 등 연산호류가 훼손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천연기념물인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잠수함 훼손 구간과 중간 기착지에서 발견됐다”며 “잠수함 중간 기착지 바닥에는 채 자라지 못한 자색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멸종위기야생생물II급)가 확인됐다”고 했다. 

훼손된 암반 주위에는 밤수지맨드라미, 측맵시산호, 흰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 환경부가 각각 지정한 천연기념물, 해양보호생물,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녹색연합은 잠수함이 처음 운항한 1988년부터 현재까지 관광잠수함으로 인한 법정보호종 산호의 훼손은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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