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피폭의 그늘]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

2023.08.31 10:13:48

녹색당 탈핵위원회 "주민 고통도 외면하는데, 후쿠시마 핵 오염수 피해 책임은 누구에게?" 일갈


[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8월 30일 부산고등법원은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갑상선암 발병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서울대와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한수원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환경부의 월성원전 인근 주민건강영향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핵발전소의 장기간 가동으로 인한 피폭이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8일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 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월성주민 건강영향조사는 기존 조사와 다르게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을 집중해서 조사했다. 960명의 소변을 받아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가지 임상 항목을 검사했다. 


이 중 주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평균 검출량은 10.3베크렐(Bq/L)이고, 월성핵발전소에 인접한 나아리 주민은 평균 15.3베크렐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5km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 조사는 세포 1000개를 조사해 염색체가 변형(전좌)된 세포의 개수를 카운트한다.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가 6개 이상이면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에서 16명이 평생 250mGy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에 따르면 최근 연구 결과는 20mGy에만 피폭돼도 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프랑스 방사선방호 및 핵안전연구소(IRSN) 등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미국·프랑스·영국의 원자력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 누적 방사선 흡수선량 0~20mGy(밀리그레이)에 피폭된 이들의 고형암 사망 '초과 상대 위험비'가 Gy당 1.30이었다. 이는 누적 흡수선량 20mGy 이하 저선량의 방사선으로도 혈액을 제외한 장기에 발생하는 고형암 초과사망위험을 Gy당 130%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은 "이 연구팀이 수행한 역학조사는 1944년 이후 70여 년 동안 미국·영국·프랑스의 원자력산업 종사자 30만 9932명 가운데 사망자 10만 3553명의 사망 원인을 추적한 것으로 지금까지 이뤄진 방사능 건강 영향 역학조사 중 최대 규모다"며 "이처럼 환경부의 조사 결과나 국제 연구자들의 역학조사 결과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저선량 피폭도 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주민들 방사성 피폭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피해 증명 책임 과도하게 씌워"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녹색당 탈핵위원회는 당면한 피해를 외면하고 기계적인 법리와 숫자로만 판결하는 사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녹색당은 "올해 환경부는 핵발전소 가동 중 발생하는 피폭이 인근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피해 증명 책임을 과도하게 씌우고 있다"며 "이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담배 소송과도 유사하다. 이 역시 피해자들에게 증명책임을 돌려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학의 철학'의 저자 알렉스 브로드벤트는 '총을 쏴서 사람이 죽었는데, 피해자가 총알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갑상선암 공동소송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진행됐다. 가급적 방사선 피폭 당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618명의 소송단 원고들에게는 발전소에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한다. 국가의 역학조사 결과도 무시하는 사법부에 주민들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더 증명해야 하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녹색당은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자연방사선 노출과 더불어 인공 방사선에 의한 피폭이 누적됐다"며 "이들의 삶이 곧 우리가 장기간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우려하는 저선량 피폭의 표본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기준치 이하는 괜찮다는 한수원의 주장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사능 기준치는 결코 안전치가 될 수 없다. 한평생 담배를 피워도 멀쩡한 사람이 있으니 간접흡연은 몸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고통도 이렇게 외면하는 중에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후쿠시마 앞바다에 무단 투기 돼 전 국민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발생할 오염수로 인한 피해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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