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환경기업의 민낯①] 그린피스 "무분별한 그린워싱 심각, ESG 공시 의무화 앞당겨야"

2023.09.12 10:20:42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인스타그램 계정 10개 중 4개 그린워싱
"자연이미지 남용한 롯데칠성음료,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 꼽혀"
그린피스, 기업 그린워싱 실태 조사 결과 정유, 화학, 에너지 분야 그린워싱 사례 최다

[KJtimes=정소영 기자] 멸종위기 동물들의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진 일회용 생수병, 친환경 인증처럼 교묘하게 그려낸 자체 마크가 찍힌 상품 등은 직면한 기후위기 앞에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친환경 경영이 아니지만 유사하게 보이도록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 되고 있다.


기업의 활동에는 환경에 대한 책임이 있고, 기후위기 속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을 두려워해 진짜 변화가 아닌 그린워싱(친환경 경영이 아니지만 유사하게 보이도록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례로 한국 기업의 ESG 보고서를 살펴보면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자원이나 에너지, 발생시키는 폐기물의 양, 탄소배출량 등 상품을 만드는 본질적인 과정에서 기업이 어떠한 결정을 내려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제품을 선택하는 대중의 알 권리는 무시됐고,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기업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기업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환경권 침해는 물론 기후위기로 촉발된 화재, 홍수는 기업 생산시설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워싱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Jtimes'는 연속기획을 통해 국내외 기업들의 그린워싱 실태를 짚어보고, 진정한 친황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진단해봤다.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 399곳 기업 중 그린워싱 게시물 업로드한 기업 165곳


"(기업들의)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책임 전가 등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무분별한 그린워싱 막으려면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당겨야 한다.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1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게재한 기업은 무려 전체의 41.35%에 달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내 대기업의 그린워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A4용지 30페이지 분량의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를 지난 8월 29일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소셜미디어상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 결과를 담은 이번 조사는 국내 대기업의 그린워싱을 막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하기 위해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조사는 올해 4월 10일부터 6월 7일까지 2개월 가량 실시됐으며, 조사에 참여한 497명의 기록을 바탕으로 보고서가 작성됐다. 조사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조사 기간( 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 399개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에 적용한 그린워싱 유형은 2022년 그린피스 네덜란드 사무소가 하버드 대학교에 의뢰한 EU 기업의 소셜미디어 그린워싱 조사를 바탕으로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책임 전가 세 가지 기준을 반영했다. 

조사 결과, 조사 기간 내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399곳의 기업 중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업로드한 기업은 165곳(41.35%)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사한 산업별로 유형화해 분류한 결과,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한 업종은 정유/화학/에너지 분야(80건)였으며, 건설/기계/자재 분야(62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상위권을 차지한 업종은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산업으로 손꼽힌다.

그린워싱 게시물을 유형별로 판별한 결과,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 유형이 51.8%로 가장 많았다.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는 책임 전가 유형이 40.0%로 뒤를 이었다. 


친환경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관련 정보는 불분명하게 표기한 녹색 혁신 과장 유형은 18.2%를 차지했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그린워싱 유형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게시물도 23.3%로 적지 않게 발견됐다.


시민들,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로 '롯데칠성음료' 선정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 중 자연이미지를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롯데칠성음료의 게시물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제품을 홍보했으나 플라스틱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물이 피해를 받는 실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린피스측은 "자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뽑은 책임 전가형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는 GS칼텍스가 차지했다. 텀블러 사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하며 개인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게시물이다. 

문제는 정유 업계가 전력, 철강, 시멘트와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아닌, 효과가 미미한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그린피스측은 "책임 전가 유형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할 소지가 커 위험하다"며 "더욱이 이러한 게시물이 경품을 수반한 참여형 이벤트와 접목될 경우 부정적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녹색 혁신 과장' 유형으로 시민들이 뽑은 심각한 그린워싱 사례는 삼성스토어에서 발견됐다. 삼성스토어는 삼성전자의 에어컨이 친환경 냉매를 사용했고 ‘솔라셀’(태양광 충전) 리모컨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하면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해 소비자에게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솔라셀 리모컨 역시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고 USB-C타입 충전을 권장했다. 기업은 친환경 기술 혁신을 홍보할 자유가 있으나 정보를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을 경우 일반 소비자는 기업 주장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분별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그린워싱은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건설, 철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견되며, 단순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자연이미지 남용 사례로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해시태그에 '#Eco-friendly'라고 명시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 배송사업을 홍보하면서 숲 속에 있는 비행기 이미지를 게재했다. 


IEA에 따르면, 2022년 석유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2.5%(2억 6800만톤) 증가했고, 증가량의 절반은 항공산업에서 발생했다.


책임 전가 유형에 꼽힌 LX인터내셔널은 환경을 위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실내 적정온도 유지 방법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콘덴싱 보일러’ 역시 화석연료를 사용한 보일러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까지 가스 보일러 퇴출을 권고한 바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조사 참여자 모두 그린워싱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꼽았다"면서 "기업은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ESG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린피스는 2021년 국내 주요 10대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과 이행 내역을 점검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번 보고서 발표에 앞서 지난 7월, 기후공시의 조속한 도입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한 비재무공시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린피스측은 "기업의 투명한 기후 정보 공개가 이뤄지도록 관련 법률 개정과 헌법소원을 통해 앞으로도 관련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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