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국내 해양환경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해양포유동물 보호를 위한 독립 법률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지난달 29일 ‘해양포유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해양포유류 보호 위한 첫 독립법…식용 유통 금지·혼획 저감 장치 의무화
이번 특별법은 고래류, 돌고래류, 물개류 등 해양포유동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혼획 저감장치 의무화 ▲식용 목적의 유통시설 신규 설치 금지 ▲보호종 지정 확대 ▲해양포유동물보전 부담금 신설 등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해양보호생물 지정제도를 통해 일부 종을 보호해왔지만,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어왔다. 밍크고래는 보호종이 아니란 이유로 불법 포획 후 고가에 유통되는 사례가 빈번했고, 2016년 보호종으로 지정된 상괭이 역시 어업용 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과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는 지난 5일 공동논평을 통해 “이번 법안은 수산자원 중심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생태보전 중심의 관리체계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한국 해양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국제 기준에 맞춘 대응…대미 수출 제한도 해소 기대
해양포유류 보호는 단순히 환경 보전의 문제를 넘어 국제 무역에도 직결된다. 미국은 2017년 개정된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을 통해 혼획이 발생하는 어업의 수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업 중 일부는 혼획 방지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아, 2026년부터 갑오징어·가자미·서대 등 29종의 대미 수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법 제정이 국제적 평가 기준을 충족하고, 국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강화 기대…UN 해양총회 앞두고 의미 커
한국은 오는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의 개최국으로 유력한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12월 열릴 UN총회에서 한국의 해양보호 노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는 “특별법 제정이 단순한 보호조치에 그치지 않고, ▲혼획 개체의 유통 전면 금지 ▲보호종 기준 확대 ▲감시체계 강화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는 지구 생물종의 80%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인류가 숨쉬는 산소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생명선이다. 그러나 해양 온난화, 불법 어업, 해양 쓰레기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그 생태계는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 발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해양보전 선도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국회가 초당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해양포유류 보호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