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전세사기 피해를 사전에 걸러내고, 빗길 교통사고 위험까지 예측하는 '데이터 행정'이 국민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단순한 행정 효율화를 넘어 생활 안전과 재산 보호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체감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총 684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데이터기반행정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66.1점으로, 2023년 57.4점, 2024년 59.5점에 이어 3년 연속 상승했다. 특히 '우수' 등급 기관 비율은 49.4%로 확대된 반면, '미흡' 등급은 31.0%로 크게 줄어 공공부문의 데이터 활용 역량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데이터 분석·활용, 데이터 공유, 관리체계 등 3개 영역 11개 지표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올해는 인공지능(AI) 도입·활용과 AI 학습용 데이터 제공, 가명정보 활용 등 새로운 지표가 추가돼 평가의 깊이가 한층 강화됐다.
◆"정책이 아니라 서비스"… 데이터가 바꾼 생활 현장
데이터 행정의 변화는 이미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약 1,500명의 전세사기 가담 임대인 데이터를 분석해 임차인이 계약 전에 위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전세사기 위험 분석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임대인의 신용 상태, 세금 체납 여부 등 11개 항목과 주택 정보 13개 항목을 제공해 사전 피해 예방을 지원한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차량형 라이다(LiDAR) 장비를 활용해 도로를 3차원으로 분석하고, 빗길 교통사고 취약 구간을 사전에 파악해 배수시설 개선 등 근본 대책을 마련했다. 대전과 담양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사고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전국 도로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역시 약 5만5000개 공급 대상과 112만 건의 면세유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 유통을 조기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업 시간과 연료 사용량 간 불일치 등 이상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기존 사후 단속 중심의 행정을 사전 예방형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데이터 기반 행정의 실질적 전환점'으로 본다. 한 공공데이터 정책 전문가는 "과거에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직접 활용되는 단계로 넘어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성과와 함께 과제도 분명히 드러났다. 중앙행정기관(84.3점), 공기업·준정부기관(91.1점), 시도교육청(85.3점)은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기초자치단체(65.6점)와 기타 공공기관(49.4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기관 간 역량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평가 영역별로도 관리체계는 72.3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데이터 분석·활용(65.1점)과 공유(66.2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도입과 가명정보 활용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한 IT 행정 전문가는 "데이터 인프라는 상당 부분 구축됐지만, 이를 실제 정책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역량은 기관별로 편차가 크다"며 "특히 AI 활용은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인력 구조까지 바뀌어야 가능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미흡 기관에 대해 1대1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우수 사례를 확산해 전체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평가 방식도 '데이터 보유량'이 아니라 '정책 기여도' 중심으로 전환해 실질적인 성과를 강조할 방침이다.
결국 데이터 행정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 적용력'에 달려 있다. 전세사기 예방과 교통사고 감소처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확대될수록 정책 신뢰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확산 속도와 균형 있는 발전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