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정소영 기자]
[KJtimes=김지아 기자] HL그룹(구 한라그룹)을 이끄는 정몽원 회장(68)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현장조사로 인해 경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정 회장의 두 딸이 소유한 사모펀드(PEF)로 HL그룹 내부 자금이 우회적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부당지원' 의혹이 핵심이다.
◆ HL그룹, '총수 자녀 사모펀드'에 2천억대 우회 출자 의혹
지난 8일 공정위는 HL그룹 본사와 계열사 HL홀딩스, HL위코, HL D&I 등은 물론 정 회장의 두 딸이 100% 지분을 가진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로터스PE)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재계 안팎에서 부당지원 의혹이 불거진 지 약 1년 만에 진행된 사정기관의 첫 조사이다.
조사 핵심은 HL홀딩스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비상장 자회사를 경유해 로터스PE가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원을 출자했다는 점이다. 이 금액은 HL홀딩스의 2023년 영업이익(922억원)의 2.4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로터스PE가 임직원이 단 3명에 불과함에도 HL그룹으로부터 이례적인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펀드가 사실상 총수 자녀 승계를 위한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HL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공시 의무를 회피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 정 회장, 주주 소송 및 경영 불신 '이중고' 직면
공정위 조사와 함께 정몽원 회장은 주주들의 직접적인 압박에도 직면했다. HL홀딩스의 전현직 이사들은 주주대표소송을 당했으며, 이 소송 역시 정 회장이 자회사 자금 약 1830억원을 동원해 두 딸 소유의 사모펀드를 지원했다는 의혹과 직결되어 있다.
현재 HL그룹은 법적 조사와 주주들의 경영 불신이라는 이중고에 빠진 상황이다.
정 회장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그룹 회장직을 맡아 위기를 극복해 온 인물로 평가받지만, 과거에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전력이 있어 이번 조사는 더욱 심도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편, HL그룹 측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법령상 불가피한 출자 방식이었으며, 추가 출자 계획이 없고 승계와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