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퇴직 공직자 절반 이상 민간기업行 '쿠팡' 1위…"전관예우·정경유착 통로 전락"

2025.12.24 11:12:05

국회 '취업 심사' 통과율 97%… 사실상 '프리패스' 발급처 전락 "전관예우·이해충돌 방지 제도 무용지물"


[KJtimes=정소영 기자] 최근 6년간 국회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통과율이 97%에 달하며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퇴직자 중 '쿠팡'행이 16건으로 가장 많아 규제 이슈가 많은 기업일수록 국회 인력을 전략적으로 영입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입법, 예산 심의, 국정감사 등 국가 운영의 핵심 권한을 쥔 기관이다. 하지만 국회 퇴직 공직자들이 퇴직 후 직무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 피감기관, 로펌 등으로 대거 자리를 옮기며 ‘전관예우’와 ‘정경유착’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심사 438건 분석해보니… 승인율 100% 진기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중앙선데이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6년간 국회 공직자(국회의원, 보좌진, 사무처 등)의 취업심사 43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취업제한 여부를 묻는 심사 405건 중 97.28%인 394건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취업제한 대상임에도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취업승인 심사’ 33건은 단 한 건의 탈락도 없이 100% 승인되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심사 기구가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승인 발급처’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민간기업行 57%, '규제 많은 곳'에 국회 인맥 쏠려

퇴직자들의 행선지는 민간 부문에 집중됐다. 전체의 57.1%(250건)가 민간기업을 택했으며, 이 중 삼성·현대·SK·LG 등 주요 재벌 계열사 취업이 126건(28.77%)에 달했다.

특히 기업별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전략적 영입’의 흔적이 뚜렷하다. 국회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곳은 △쿠팡(16건)이었으며, △LG 계열(11건) △SK 계열(10건) △삼성 계열(9건) △KT 계열(8건)이 뒤를 이었다. 이는 국회 내 입법 및 규제 이슈가 산적한 기업일수록 국회 출신 인력을 대관 업무나 리스크 관리용으로 적극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로펌 등 전문서비스 법인(13.93%)과 협회·조합 등 이해관계 단체(10.96%)로의 이동도 적지 않아, 입법부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될 우려가 제기된다.



◆ 보좌진 96% '규제망' 밖…"부서 단위 심사 맹점"

제도가 이처럼 무기력한 원인으로는 ‘직무 관련성’의 협소한 해석이 꼽힌다. 현행 제도상 전체 심사 대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회의원 보좌진(251명)의 경우, 기관(국회) 전체가 아닌 소속 의원실(부서) 단위로 심사를 받는다.

실제로는 상임위원회 전반의 입법 정책에 관여함에도 불구하고, 96.41%가 이 좁은 심사 기준을 통해 규제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무위·기재위·산자위 등 기업 활동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사가 퇴직 후 곧바로 관련 대기업이나 금융사 고문으로 직행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이유다.

◆ 경실련 "취업심사 요건 강화 및 사유 공개 의무화해야"

경실련은 지난 19일 오전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지웅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은 “피감기관을 감시하던 인사가 해당 기관의 장으로 가거나 로펌 고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입법부의 노하우를 사적으로 매매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향원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은 ▲보좌진에 대한 기관업무 기준 적용 확대 ▲취업승인 예외 요건 강화 ▲심사 결과의 구체적 사유 공개 의무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회가 스스로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향후 정치권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적 보완책 마련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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