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정몽준 전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후계자의 꼬리표를 떼고 신세대 경영인에 합류했다. 수석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선 벌써부터 정 상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본격적 3세 경영’과 ‘오너경영’ 시작 여부다. 아울러 정 상무의 경영능력도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정 상무는 1982년생으로 정몽준 전 의원과 김영명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 여사는 미국 웨슬리대학 출신의 재원이었으며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이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 정남이씨와 차녀 정선이씨, 그리고 차남 정예선군이 그들이다.
대일외국어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군(ROTC) 43기로 임관해 육군 장교로 복무한 그가 경영전선에 입성한 것은 지난 2009년 1월의 일이다. 당시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고 이후 반년만인 같은 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길에 올랐다.
이 대학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은 정 상무는 2년 뒤인 2011년 9월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와 크레디트스위스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재계 안팎에선 정 상무가 이미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초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한 후 행보에 기인한다.
그는 경영기획팀 수석부장과 선박영업부 부장을 겸임하면서 경영일선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때 회사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정 상무의 올해 행보다. 미국을 비롯한 그리스, 독일 등의 현지 선주사 대표를 만난 게 그것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후계자로서 선주와 인맥을 쌓기 위한 경영 행보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현대중공업이 정 상무를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정 상무가 그룹 내 주요 부서를 돌며 실무적인 업무를 터득했고 국내외에서 견문을 넓히는 등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가 젊고 새로운 경영감각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 그룹 개혁 작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부장급에서 바로 상무로 두 단계 승진하며 2009년 대리로 입사한지 5년 만에 임원에 오른 그에 대한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재계의 시선은 ‘오너경영의 부활’에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4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해왔다. 국내 주력 그룹 중 유일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1982년 당시 30세의 나이로 현대중공업 사장에 오른 정몽준 전 의원은 1989년 12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 고문만 맡으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같은 이유로 오히려 정 상무의 3세 경영 본격화는 나이로 보면 늦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정 상무는 현재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 정몽준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771만7769주)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