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 뱅크런(펀드런) 위기를 맞았고 결국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드러난 이른바 ‘라임사태’로 약 1조6000억원의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라임은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했다. 특히 총 2480억원 상당의 라임펀드 상품을 판매한 대신증권 반포 WM센터의 전 센터장 B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B씨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가입자들에게 수익률, 손실 가능성 등을 거짓으로 알린 것을 비롯해 라임의 부실과 유동성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펀드 가입을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에서 판매한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가입자들은 지난 2월 대신증권 본사 앞 1차 집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이달 1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의 피해보상과 금융당국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6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라임펀드 가입자 A씨는 수십 년 동안 다닌 회사를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5억원을 펀드에 넣었다가 모두 잃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금융기관에 볼일을 보러갔다가 우연히 (대신증권에서 진행하는) ‘대체투자학교’라는 곳을 알게 돼 가입한 것이 라임 펀드에 투자하는 계기가 됐다”며 “당시 (회원은) 15명 정도였다. (대체투자학교는) 코엑스, 백화점 등 여러 장소에서 열렸다. 이런 식으로 회원들을 기수 별로 계속해서 모집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 가입 전에 충분한 설명과 관련 서류를 제공해 소비자(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게끔 해야 하는데 이미 상품(라임 펀드) 계약을 다 한 뒤에야 (라임펀드 관련) 서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작정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블라인드 (펀드)라고 그랬는데 그게 안보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대체투자학교에 B지점장이 나와 (라임 펀드는) 담보금융이라서 안전하다고 강조했고 (금리) 8%로는 기본이고 6개월 뒤 환매를 해도 이익금을 다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결산은 1년마다 한 번씩 한다고 했다. 이것은 사모펀드고 대신증권이 라임하고 특별한 관계여서 특별히 해주는 펀드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당시 펀드 가입 전 상담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A씨는 또 “(라임펀드)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대체투자학교에서) 듣지도 못했던 해외 펀드가 (라임펀드에) 포함돼 있었다”면서 “(투자자들이) 알고 있던 (라임펀드) 내용과 완전히 달라서 쇼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말에 라임펀드에 가입했는데 당시 대신증권 담당자는 담보금융이라서 안전하다고 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라임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술렁이자 대신증권에서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어 조금만 기다리면 펀드가 원 상태로 복귀된다면서 해약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이번 사태 이후 라임펀드 가입자들 중에는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도 있다.
A씨는 “앞전에 (대신증권 라임 피해자 집회에) 나왔던 한 할머니는 입이 돌아가서 병원에 입원했다”며 “회사를 30, 40년 다녀서 받은 퇴직금 5억원을 투자했는데 (통장 잔고가) ‘0’이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 (대신증권에) 항의를 했더니 거꾸로 자기들이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백화점에서 사과를 샀는데 겉은 멀쩡한데 속이 썩어있다면 (소비자가) 백화점 가서 바꿔달라고 하지 과수원에 가서 바꿔달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며 “(대신증권은) 금융백화점이다. 그래서 믿고 투자한 건데 (라임사태가 터지고)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대신증권에서 들은 라임펀드 내용과) 너무 틀려서 (대신중권에) 계약해지 해달라고 했더니 자신들은 잘 못한 게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라임펀드 가입자 B씨 역시 대신증권에서 운영한 대체투자학교를 통해 라임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대신증권에서) 열린학교를 열어 문화센터 같이 운영하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여러 과목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대체투자 과목을 지점장이 4주에 걸쳐서 강의를 했다”며 “(지점장은) 대체투자가 현재 가장 안전하고 주식이나 전환사채 같은 투자는 위험하다고 했다”고 당시 강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라임펀드 같은 경우는 거의 확정 금리가 8%고 위험성이 없는 펀드라고 교육을 통해서 누누이 강조해서 (라임펀드에) 가입했다”며 “거의 90~100%가 부동산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절대로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 이유로 우량 부동산의 가치 중 50%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그 회사가 망해도 그 이상을 더 챙길 수 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은퇴 자금이나 퇴직금으로 펀드에 가입해서 거기서 나오는 이자를 받아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런데 외부에서 볼 때 (1인당) 피해 금액이 억대가 넘어가다 보니 부자들이 손해를 본거라서 아무 지장이 없다는 식으로 보는데 정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라임사태대신증권피해자모임은 금감원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대신증권과 오너 3세 양홍석 사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등 주요 펀드 판매사들을 시작으로 금감원을 압수수색 등 라임자산운용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