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구 회장의 골프세계를 얘기하자면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와의 관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서부터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구 회장과 이 창업주는 사돈지간이 된다. 구회장은 지난 1957년 재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삼남인 자학씨를 이 회장의 차녀이며 현 이건희 회장의 손위누이인 숙희씨와 혼인을 시켜 재벌끼리 직사돈 관계를 맺었다.
둘이 사돈을 맺게 된 그 이면에는 골프를 치면서였다고 한다. 워낙 골프를 좋아한 둘은 골프장에서 자식의 혼례 얘기를 하다가 내친김에 서로가 사돈을 맺는 게 어떠냐는 농담조의 얘기가 실제 혼인으로 이어졌다.
서로가 사돈이 된 후로는 허물없이 골프를 쳤고 사업적 동반 관계를 골프를 통해 풀어 나갔다. 아울러 둘의 골프모임에 전 국회의장 이재형씨도 빠질 수 없는 멤버였다.
이재형씨와 구 회장도 직사돈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씨의 삼남 재연씨와 구 회장의 차녀 자혜씨가 혼인을 해 구 회장은 정치권 인물과도 사돈 관계를 맺었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사돈 관계로 셋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골프장을 찾아 셋의 골프모임은 다른 재벌가의 부러움 대상이기도 했다.
셋의 골프모임에서 실력이 뒤쳐진 사람은 구 회장 이었다. 구 회장은 혼자서 골프를 배운 탓에 그립이 엉망이었다. 구 회장의 그립은 왼손 오른손으로 새끼 꼬듯 하는 일명 ‘꼬는 스윙’이었다. 구 회장에 얽힌 스윙 일화 한 토막.
‘구 회장만 스윙하면 둘은 배꼽을 잡고 웃기 일쑤였다. 이 창업주는 구 회장에게 꼬는 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스윙 교정을 해주지만 좀처럼 스윙의 틀이 잡히지 않았다. 이 창업주는 일본의 정통 프로로부터 골프 기본기를 익혔고 골프 이론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 창업주의 눈에 비친 구 회장의 스윙은 상대방을 웃기기에 충분했다.
이 창업주와 이재형씨는 노골적인 표현은 않지만 구 회장만 스윙하면 꼬는 스윙을 한다고 놀려주기 일쑤였다. 골프의 기본은 폼이다. 폼이 엉성하다 보니 제아무리 멋진 굿샷도 폼 때문에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상대방의 웃음거리라도 면해 보고자 구 회장은 참다못해 신용남씨를 찾아갔다. “신 사장 도대체 내 스윙이 뭐가 잘못 됐길래 날보고 ‘꼬는 스윙’을 한다고 비웃느냐”며 넌지시 물었다.
신씨는 애초부터 구 회장의 스윙 폼이 꼬인 스윙임을 잘 알고 있는 터라 뭐가 잘못 됐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스윙 교정을 해주었다. 신씨의 교정을 받은 후부터 구 회장의 스윙은 꼬는 스윙에서 정상 스윙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씨가 구 회장을 레슨 해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 창업주와 이재형씨는 신씨에게 “왜 레슨을 해주냐”며 농담조 추궁을 했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구 회장의 꼬는 스윙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 무척 아쉬웠는지 신씨만 보면 레슨을 그만 두라고 종용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압력(?)을 가하는 익살스러움을 보였다.
구 회장은 사실 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신이 골프장에 있다는 자체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구 회장은 골프장에 가면 상대방으로 부터 “구 회장님 체계적 레슨을 받으시죠”라는 은근한 압박을 받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