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조선해양(067250) 이사회가 9일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조선소장)을 새 이사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신임 대표이사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사실상 채권단이 주요 의사결정에 관한 의결권을 쥐고 있어서 강 회장의 퇴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총까지는 강 회장의 대표 이사직이 유지된다.
STX조선해양 이사회는 박동혁 부사장 등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대표이사인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사장, 조정철 기획관리본부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인 정경채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이사 7명이 모두 참석했는데 강 회장 본인을 포함해 전원이 새 이사 선임에 찬성했다.
강 회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율협약 내용에 따라 대표이사 인사권에 대해서는 경영자추천위원회에 일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채권단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사회가 반대할 경우 채권단이 STX조선과의 자율협약을 취소하고 STX그룹 계열사의 채권 회수 유예와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철회하겠다는 압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시각에 포스텍에 대한 추가자금 여부를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한 점도 강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앞서 STX 측은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 교체가 채권단의 월권행위이며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강 회장의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 회장의 경영 노하우나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경영 정상화에 유리하다며 여론을 설득해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1973년 쌍용양회의 평사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오너에 오른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결국 여기까지였다. 이미 채권단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경영 배제'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자신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M&A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10년도 안 돼 STX를 재계 13위까지 성장시켰다. 그룹 설립 첫해인 2001년 50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매출은 STX그룹 출범 이래 10여 년간 매출은 100배, 임직원은 75배씩 성장하며 재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위축되고 조선업까지 여파가 밀려오면서 그룹 전체에 유동성의 위기가 닥쳐왔다. 공격적인 경영이 오히려 화를 부른 것이다. 이에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계열사들이 매각과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주력 계열사가 하나둘씩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채권단이 STX 주요 계열사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많다는 의견을 내면서 재기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류희경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을 오랫동안 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믿으니 그 노하우를 활용해 조속히 경영 정상화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 이라고 말해 강 회장에게 힘을 몰아주는 양상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결국 이날 임시 주총의 결정으로 강 회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STX그룹의 해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