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에서는 SK 횡령 혐의 항소심 재판에 주요 당사자이자 핵심증인인 김 전 고문을 26일 오후 5시30분께 대만 타오위엔국제공항에 수사관들을 급파해 대만 정부가 추방한 김씨를 체포했다. 이로써 1년 9개월 여간 그의 대만 도피생활이 막을 내렸다.
수사관들은 김씨를 연행해 오후 8시 20분쯤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들의 질문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사 돈 횡령사건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2011년 대만에 건너와 숨어 지내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기사가 딸린 고급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비교적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공식적인 활동은 극도로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문은 지난 7월 31일 대만 북부 지룽(基隆)시에서 최재원 SK 부회장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SK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최재원 SK 부회장과도 대만에서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14일 김 전 고문이 사기 혐의 등으로 연달아 대만에서 피소되자 한국 입국을 피하기 위한 기획피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전격 체포되면서 체포 과정에 SK 측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됨에 따라서 오는 27일 오후 2시에 예정된 항소심 선고가 연기되거나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SK측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들과 선고 직전 변론재개를 신청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측은 대만 법률대리인을 통해 대만 정부에 최 회장의 유무죄 여부를 가려줄 핵심 증인인 김 전 고문의 한국 송환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하기도 했다.
한편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27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4부 심리로 선고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