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고 있으면서도 “전 말을 잘 못해요”라는 말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목소리의 톤이나 발음도 좋아서 전달 능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이런 말부터 꺼내놓아 말을 못한다는 인상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엔 “전 말을 할 줄 몰라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어떤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인지, 영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인지. 오히려 이런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말을 잘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걸 모르는 것이다.
“말을 잘 못해요”, “말할 줄 몰라요”는 전달력이 부족해 자신 감을 잃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대화가 아닌 대중 앞에서 혹은 무언가를 상대에게 발표해야 할 때 미리 이해를 구하거나 양해를 바라는 말버릇이다.
만약 회사에서 이렇게 말하면 자신감이 없다는 인상을 깊이 주게 되어 부서를 대표해 성과를 발표하는 기회를 박탈당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누구나 처음 시작하는 일엔 능숙하기 어렵다. 반복하고 경험 치를 쌓아가다 보면 일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되고 처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하는 노하우가 생기듯이, 말도 마찬가지이다. 못한다,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을 먼저 해서 말을 더 못하게 되는 것보다 말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스스로 자기가 말을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낯선 장소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스스로 인정해버리기 때문에 말하는 게 불편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이다.
강사들도 처음에 강단에 설 때는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들어 줄까?’, ‘시간이 남으면 어떻게 할까?’, ‘어려운 질문을 던지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하는 생각들 때문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말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나름 자신하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서너 번 할 때까지는 교육생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하고 내려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같은 주제로 열 번, 백 번을 하다 보니 교육생의 얼굴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질문도 던지게 되고, 시간이 남으면 덕담을 늘어놓는 여유가 생겼다.
“강의를 잘하고 싶은데요, 말을 잘하는 비결이 뭡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반복적인 학습에 의한 여유’라고 답하고 싶다.
토크쇼나 오락 프로에 나온 연예인 중에 연기나 노래할 때 외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재미있게 말하는 것에 울렁증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보이는 걱정하는 표정이나 어눌한 말투 때문에 방청객과 사회자가 즐거워하면, 그때야 자신감을 얻고 점점 더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가 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예능식의 말하기를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나와 대중 앞에서 재미있게 말해야 한다는 앞선 염려 때문에 울렁증이 생기는 것이다.
예능 초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인데,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즐거워하면 그제야 ‘어, 나도 되네?’ 하는 자신감이 붙고, 시청률이 높아져 인기가 올라가 재섭외가 들어오면 이번엔 어떤 말로 즐거움을 줄 것인가를 준비하면서 ‘예능둥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현재 최고의 MC로 인정받는 유재석, 강호동 씨도 처음부터 거물이지는 않았다. 처음엔 각 프로그램에서 보조 MC 역할을 하다가 성향과 잘 맞는 프로그램을 만나 그곳에서 자신만의 진행 방법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점점 섭외가 많아지면서 국민 MC가 된 것이다.
‘말을 잘해야지’ 하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말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정혜전의 오피스토크은
도서출판 ‘비전코리아’가 출간한
<착한 말, 착한 대화>
내용으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