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오늘 하루 일손을 놓았다. 사실상 파업에 가까운 최악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거제조선소 직원들은 인권유린과 강압적 구조조정 등 그동안 사측이 보여 온 탄압이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까지 온 것은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박대영 사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14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회사로 출근한 거제조선소 직원들이 이영준 위원장의 퇴근 권유로 인해 출근 직후 집회를 갖고 곧바로 퇴근했다.
앞서 협의회는 쟁의발생 직후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총 5554명 가운데 4980명(90% 이상) 이 투표에 참여해 83.9%(4170여명)가 쟁의에 찬성했다.
이에 협의회는 쟁위 발생 신고 후 금일 오전 8시 30분쯤 전 사원 집회를 열고 오전 9시 위원장의 권한으로 모두 퇴근시켰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집회에는 1000여명의 직원들이 참석했다.
그동안 협의회는 기본급 6.3%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직급 수당 신설 △근속휴가 및 휴가비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2일 사이 4차례나 노사협상이 진행됐지만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인권유린과 강압적 구조조정 외에도 올해 1월과 7월 각각 PS성과금과 PI성과금 일방적 삭감지급과 노사합의 사항파기, 지난해 7월 임금인상 불신임 등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現 위원장을 불신임하는 분위기 임에도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비옷을 챙겨 입고 집회에 참석한 것은 그동안 사측의 인권유린과 강압적 구조조정을 참고 견뎌온 노동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2월부터 강도 높은 경영진단 과정에서 직원들의 인권유린과 강압적 구조조정 논란 등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대영 사장은 경영진단으로 드러난 임직원들의 납품 비리와 수익성 악화 등 예상치 못한 악재를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2개월 남짓 임기를 남겨둔 협의회 위원장이 이번 사태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는 분위기 같다”며 “앞선 악재들과 달리 이번에는 박대영 사장 임기 중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