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국민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련의 롯데가(家)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모두 제 책임”이라며 진정성을 담아 사과했다.
반 롯데 정서가 짙게 깔린데 대한 급한 불끄기 성격이 강하지만 그의 사과문에는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모두 내 책임이다”라는 말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신 회장은 특히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집중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는 경영 투명성 강화에 특단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룹 전반에 메스를 들이대고 대대적인 수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를 빠른 시일 내 시행하겠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시키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며 “주주 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그룹 내에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시키겠다”며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해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가문 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분명한 선도 그었다.
그는 이에 대해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선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사과문을 두고 재계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계 서열 5위의 대그룹이면서도 그동안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이나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과 같은 대책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잦아들게 만들 특효약 처방이라는 평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롯데그룹 관련주가 사과문 발표 이후 대부분 상승 흐름을 보이며 화답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같은 신 회장의 대책을 놓고 이번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이미 그에게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그룹의 총수 자리를 빼앗길 상황이라면 결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을 대책으로 내놨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사과 속에는 이번 분쟁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게 읽힌다”고 해석했다.
다만 신 회장의 사과가 이번 사태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벽한 화해와 타협이 없다는 점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의 반 신동빈 진영의 법정소송 등 장기간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