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입국했다. 지난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지 약 4주만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소강상태이던 ‘롯데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본격적인 롯데 총수 일가 수사에 대비한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일민 전무 등 롯데그룹 정책본부 핵심 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서다.
재계에선 신 회장이 전날인 3일 귀국함에 따라 그가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특히 화려한 ‘전관파워’를 자랑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거물급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어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은 롯데 총수 일가가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많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및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화학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대금 일부가 불필요하게 일본 롯데물산 측에 흘러가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롯데의 입장은 분명하다. 일단 롯데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는 별도로 제기되는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선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다만 이런 문제들은 이미 수년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고 과징금까지 부과됐던 사안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식당 사업권을 준 것이나 과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던 회사에 롯데시네마가 매장 사업권을 내줬던 것 등은 시정돼야 할 구습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에 대한 롯데의 또 다른 입장은 이런 의혹들이 복잡한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롯데물산이 개입된 롯데케미칼 거래건에 대해 롯데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기업들의 신용도가 낮았기 때문에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활용해 한층 싼 이자를 물고 어음 무역거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이와 관련 당시 국내 금리가 15~20%에 이르렀는데 일본 롯데물산 신용도를 활용해 약 9%의 저금리로 어음 거래가 가능했다고 설명이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밀금고에서 발견됐다는 300억원만 해도 급여와 배당금으로 받은 돈을 개인금고에 보관했던 것일 뿐 비자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성실히 해명하면 오해가 풀리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방향과 롯데의 입장이 서로 상반되면서 재계 일각에선 총수 일가의 사법처리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힘겨루기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메머드급 변호인단을 꼽고 있다.
실제 롯데그룹은 이미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수사에 따른 방어 태세를 구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낙마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 거물급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롯데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서울지검 특수 2·3과장과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기업형사사건 전문가인 차 변호사는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 때부터 롯데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해왔다. 이들은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은 앞으로 검찰 수사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해결, 롯데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전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의 빗발치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