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될까.
대주주 적격성 심상제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재계 총수들 누가 대상이 될지 말들이 많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대기업집단의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한다. 말 그대로 대주주의 자격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순환출자 등으로 지배구조가 복잡한 경우 최대주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실질적인 지배주주와 최대주주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관련 규정도 구체적이지 않아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3일 금융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가 기존 은행과 저축에서 보험, 증권, 금융투자, 비은행지주회사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 금융계열사 64곳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심사대상은 최대주주 1인이다. 최대주주가 법인이라면 해당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이,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아래 있는 금융회사는 총수가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관심은 그동안 순환고리를 형성하면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총수들에게 쏠린다. 특히 금융계열사가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위치에 있을 경우 적격성 심사를 통해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적용 대상에 오른 금융계열사들은 내년 2월까지 최대주주를 파악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그 결과는 내년 5월경에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최대주주가 최근 2년 내에 조세범 처벌법이나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10%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해 최대 5년 동안 의결권이 제한되게 된다.
우선 금융권에선 삼성과 롯데, 한화 등에서 다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으로 삼성생명은 개인 최대주주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심사 대상은 명확하다. 이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20.76%로 삼성생명 최대주주다. 삼성생명은 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심사 대상이 이 회장의 아들이자 삼성의 새로운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물산 등 계열사와 얽힌 삼성생명의 지분구조 상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물산 19.34%, 삼성문화재단 4.68%, 삼성생명공익재단 2.18% 등의 구조다.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이 부회장인데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역시 이 부회장이 겸직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에 대해 이 부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최대 27% 가량 된다. 이 회장의 20.76%보다 많은 것으로 적용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아직 이와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생명도 비슷하다. 한화생명은 한화건설이 28%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해당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을 찾자면 그 위의 지배구조를 봐야하는데 한화건설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다. 때문에 김 회장이 결국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최다 출자자로 대상이 되는 셈이다.
최대주주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단적으로 롯데캐피탈의 경우 최대주주가 지분 92.60%를 보유한 호텔롯데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이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는 광윤사다. 광윤사는 지분 50%+1주를 보유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때문에 롯데캐피탈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신 전 부회장이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롯데캐피탈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롯데그룹의 원리더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 경우 신 회장이 적격성 심사를 피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에선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우 지배구조가 복잡한 점을 감안해 출자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이후 심사 대상을 확정키로 한 상태다.
한편 현대캐피탈의 경우처럼 개인 최다 출자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차가 56.4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고,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기아차, 기아차는 다시 현대차로 이어지는 지배고리를 형성 중이다. 개인 최다 출자자를 도출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당국에선 이에 따라 최대주주 1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를 감안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