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선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표면적으론 개인적인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지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계속된 충돌에서 최 원장이 밀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금감원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이 정면대결 양상을 보여왔던 탓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 수장의 권위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용비리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의혹에 연루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현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최 원장은 사의 배경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된 것이 그의 용퇴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최 원장과 하나은행 간 대립각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 원장이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지주사 CEO 연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는 곧 김정태 회장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려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그대로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최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놓고 하나금융 회추위에 대해 “그 사람들이 (당국의)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체면을 구긴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하나금융을 다시 공격했다. 하지만 이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금감원은 2개월에 걸쳐 검사를 벌인 끝에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 원장이 하나금융 재직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최 원장이 오히려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며 이를 은행 측에 전달했다. 해당 지원자는 하나은행에 최종합격했다.
수년 전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하나금융 측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은 당시 점수 조작이 있었는지를 하나은행이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렇지만 최 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권위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현재 최 원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지만 앞으로 하나금융의 ‘승리’가 굳어질지, 또 금융권의 채용비리 여파가 얼마나 더 확산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불씨’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