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총수일가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8일 LS그룹 내부거래와 관련해 총 259억6000만원의 과징금과 경영진 6인 및 법인 형사고발 등 강력한 수위의 제재에 나서면서다. LS그룹의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둘러싼 통행세 논란은 다툼으로 격화되는 분위기다.
22일 재계와 관가에 따르면 통행세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유통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발생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로 포장돼 편법승계를 위한 도구로 쉽게 악용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맥락에서 LS에 111억4800만원, LS니꼬동제련에 103억6400만원, LS전선(현 LS)에 30억3300원, LS글로벌에 14억16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등기이사 및 전 부사장,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이사, 명노현 LS전선 대표이사, 전승재 전 LS니꼬동제련 부사장 등 경영진 6인과 LS, LS니꼬동제련, LS전선을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LS글로벌의 설립 목적과 내부거래로 인한 부당이득인지 여부다. 공정위는 LS그룹이 LS글로벌을 애초부터 조직·계획적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해 그룹 내 다수 계열사와의 전기동 거래를 통해 불필요한 ‘통행세’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총수일가와 LS글로벌이 부당한 이익을 실현했다는 해석이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LS글로벌이 지난 2006년 이후 LS니꼬동제련과 LS전선으로부터 얻은 마진수익은 197억원으로 이 과정에서 LS글로벌은 거래조건 협상은 물론 운송·재고 관리도 하지 않는 등 실질적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중간 마진을 ‘통행세’로 보고 LS글로벌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거둔 것이란 판단이다.
LS그룹은 이에 대해 LS글로벌이 중간마진을 얻는 대신 공급사(LS니꼬동제련)와 수요사(LS전선 외 3개사)에 개별거래나 가격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상적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반박이다.
또한 공정위는 10년 이상 LS그룹 차원의 부당 지원행위로 인해 LS글로벌과 총수일가에 막대한 부당이익이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시행 직전 2011년 11월 4일 보유하던 LS글로벌 주식 전량을 LS에 매각해 총 93억원의 차익을 얻어 출자액 4억9000만원 대비 수익율이 1900%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으로 인한 사익편취로 문제가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S그룹은 즉각 반박입장문을 내고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LS그룹 한 관계자는 “2005년 설립 당시 공정거래법상 병렬관계에 있는 타계열사들이 출자할 수 없어 대주주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 참여를 한 것”이라며 “2011년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선제적으로 정리해 현재는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유독 심한 ‘통행세’는 그룹내 계열사의 정당한 거래인지, 부당지원행위인지 여부를 외형만 보고 판단할 수 없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면세품 중개업체인 트리온무역과 미호인터내셔널에 통행세 방식으로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부당 이득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회사를 거쳤을 때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유통단계를 늘렸음에도 ‘통행세’ 의혹을 받는 회사가 실제로 아무런 이익을 남기지 않았다면 불공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거래단계에서 불필요한 과정을 하나 더 거치게 하는 게 상식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총수일가가 통행세로 이용되는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통행세 논란이 있는 회사는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