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일본의 제조업이 ‘고부가가치화’로 ‘환율벽’을 넘었다. 특히 제조업 수출이 환율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국내외 안팎의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 일본의 제조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해외 가격을 인하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게 관행이었지만 요즘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 이익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며 반대로 엔화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수출량이 줄어들지 않는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환율변동과 수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양자 사이의 ‘감응도(感應度)’가 ‘제로’로 나타났으며 일본 기업들이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평가절상 이래 오랫동안 겪어온 환율의 벽을 마침내 극복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수출 지수(실질수출)는 2015년을 100으로 할 경우 4월에 115.4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며 지난 5월에도 11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최근 수출호조의 두드러진 특징은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수출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다. 이런 추세는 일본은행의 ‘수출의 환율 감응도’분석에서도 확인되는데 ‘감응도’는 엔화 환율변동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는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0% 절상되면 수출이 3% 정도 감소했으나 2010년부터 이 감응도가 급격히 낮아져 2016년에는 0.2-04%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0~마이너스 0.1%가 됐다.
재무성에 따르면 달러화 결제 수출비율은 2017년 상반기에 51%였고 유로화나 중국 위안화 결제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출품이 가격에 관계없이 팔리는 제품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내각부에 따르면 고부가가치재 수출은 전기계측기기, 원동기, 자동차 등 일본의 대표적 산업에서 특히 높다.
원동기에서는 항공기 부품 수출이 늘고 있는데 미국 보잉이나 유럽 에어버스 등이 항공기업계의 큰 손이지만 엔진부품은 일본제품이 강세다. 자동차 수출도 소형차에서 SUV 등으로 주력 제품을 바꿔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를 통해 다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촉발한 무역마찰이 새로운 난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중국 IT(정보기술)와 반도체 사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일본의 제조장비와 부품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검토중인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부과가 결정되면 환율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데 자동차 외에 전자부품과 공작기계 등이 목표물이 되면 일본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