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서두르면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해 기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론과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경영권 침해 합법화를 우려하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SC·Stewardship Code)’는 기관투자가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활동을 할 때 따르는 가이드라인으로 고객 자산의 관리, 운용을 잘하는지에 대해 의결권 행사, 주주활동 등 수탁자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 보고를 통해 주주권을 적극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의결권, 배당을 중심으로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왔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을 통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주주활동으로 기금 수익성을 높이고 신뢰를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주주 의결권 행사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 원회를 신설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의 독립성, 전문성, 대표성 강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 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 주기적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지침 마련 및 주주활동 수행 ▲의결권정책 제정·공개, 행사내역 및 사유공개 ▲의결권행사 및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 주기적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 위한 역량과 전문성 확보 등 7가지 원칙을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대부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세부적 운영 조항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히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는 ‘경영 참여’에 대한 권한인 주주제안과 주주총회소집요구가 제외돼 주주권 행사 범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기업에 경영참여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압박이 있어야 기업이 비공개 대화 시에도 성의를 표시하고 변화하려 노력한다”며 “2020년까지의 로드맵은 로드킬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이번에 유보하기는 했으나 경영 참여도 언젠가는 하겠다는 것으로 경영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은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윤 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지배구조를 건드리면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 참여에 앞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인학 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수탁 의무를 시행하려면 전체 기금을 어떤 기준과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로 안심하라는 식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연금 운영 인력을 정부 성향과 맞는 코드 인사들이 장악할 경우 부적절한 경영 개입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정권 요구에 따라 경영참여가 이뤄지고 영향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정책수단에 국민의 돈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방안에 직접적인 경영참여 활동은 배제하고 내년부터 기금을 운용하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초안 공개 후 각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26일 확정하고 최종 방안이 확정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