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관방장관이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중재위원회 개최 요구'에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가 중재위원회 개최를 수락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2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관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요구한데 대해 "(한국이) 중재에 응하도록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이날 오전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에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분쟁이 발생했을 시 양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 해결이 안될 경우 양국이 한명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을 포함한 3명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열어 해결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요청했다고 해도 한국이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다. 협정은 강제하는 규정은 없어 한국이 계속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중재를 할 제3국도 지명하지 않을 경우 중재위를 구성할 수 없게 된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제철(전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등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지만, 관련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정부간 협의를 한국에 요청하면서 '30일 이내'(시한 2월8일)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우리정부는 '대응 검토중'이란 소극적 입장으로 사실상 거절의 태도를 취해왔다.
따라서 일본 관방 장관 발언은 한국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수락하도록 일종의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요구한데는 한국 정부가 정부간 협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해자측은 지난 1일 법원에 '매각명령신청'을 제출하고 일본 기업들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매각 절차를 밟는 중이다.
스가 장관은 "최근 한국 측 지도자 발언으로부터도 현재 구체적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1월9일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협의를 요청한 지 4개월 이상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 측에 의한 일본 기업 자산매각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1일에는 매각 신청이 제기됐다"며 "일본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정에 근거한 협의로 이번 사안 해결이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가 장관은 "한국 정부는 협정상 중재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일본 정부는 중재에 응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외교채널을 통해 중재위 요청을 받은 한국 외교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외교부는 "오늘 오전 외교채널을 통해 일측으로부터 한일 청구권협정상 중재 회부를 요청하는 외교공한을 접수했다"며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제반 요소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