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자동차 증가에 따른 배기가스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급증하면서 공기 맑은 지역을 찾아 떠나는 이른바 공기난민, 에어노마드 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미세먼지를 향한 국민적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미세먼지가 자동차나 공장에서 내뿜는 각종 화합물 등과 결합하면 발암물질로 변형돼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공장밀집 지역은 물론 소규모 매연배출 시설을 모두 조사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먼지, 악취 등으로 고통을 받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KJtimes>는 최근 경기도 내에서 대표적인 공장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남양주시 평내동 협동산업단지(이하 산업단지)와 수십 년 동안 대기배출 관련 분쟁을 벌여온 조병규 평내호평시민단체 대표를 통해 20년 째 지속되고 있는 산업단지와 지역 주민들 간 갈등 배경과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KJtimes=견재수 기자]“넥타이, 속옷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버려진 의류 등을 폐기물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매연이 배출됐다. 소각로 굴뚝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뿌연 연기로 인해 창문을 열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악취와 분진이 심각했다.”
산업단지 인근 A아파트에 지난 2000년에 입주해 20년 째 살고 있는 조병규 대표의 말이다. 그가 내뱉는 말 속에는 그간 산업단지 측과 분쟁을 벌이며 극한 다툼을 벌여야만 했던 고통과 고단함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아파트 옆에 있는 폐기물 소각장 ‘충격’
조 대표는 “정말 지겹다”는 첫 마디를 시작으로 수십 년의 세월을 산업단지와 남양주시, 법적 다툼 과정에서 검사와 말다툼까지 벌인 사연까지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2000년 5월에) 새 아파트에 입주 했는데 창틀에 까맣게 뭔가가 묻어 있었다”며 “처음에는 이게 무엇일까라고 생각만 했지 (공장에서 배출한 분진이 날아와 쌓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동네 주민들한테 얘기했더니 ‘아파트 옆에 산업단지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입주했느냐’고 되물었다”면서 “그때서야 창틀 등에 까맣게 묻은 물질이 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옆에 폐기물을 소각하는 소각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머리가 하얘지면서 순간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고 당시 받았던 충격을 회고했다.
그러면 조 대표는 아파트에서 직선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었는데 왜 소각장과 나염공장 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공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폐기물을 소각하는 시설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아파트와 산업단지 사이에 큰 교회건물이 가로막고 있어 입주민들이 산업단지에 대해 잘 몰랐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사까지 한 상태라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뿐 이사를 한 첫날부터 산업단지에서 날아오는 악취와 매연 등으로 조 대표는 물론 300여 세대 900여명의 입주민들은 극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창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 여름에는 그 고통이 더 심했다.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시커먼 먼지분진이 날아왔고 매일 청소를 해야만 했다. 청소를 하고 나면 발바닥과 걸레가 까맣게 변했다.
▲“환경부장관 개선 약속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조 대표는 “입주하고 최초 민원이 발생한건 2000년 5월 16일부터였다”면서 “28일 입주 전부터 시작된 숱한 산업단지 관련 민원 제기는 남양주시청과 감사원은 물론 청와대에까지 매연과 악취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호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민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 조직해 산업단지의 이전을 지자체에 요구했다”면서 “(비대위가) 직접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불법 대기오염물질 배출 증거를 잡기 위해 밤에 몰래 산을 타고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렇게 해서 체득한 증거물을 가지고 고발을 하면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오염물질 배출 개선 등을 지시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면서 “당시 환경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 후로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단지는) 불이 나도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로 통제가 심했다”며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