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지난 8일 <KJtimes>는 ‘[직격인터뷰/대기오염과 전쟁 20년①]“매연 내뿜는 산업단지, 치외법권 지대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에 소재한 협동산업단지(이하 산업단지)와 20여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분쟁을 벌여온 조병규 평내호평시민단체 대표의 생생한 증언을 보도 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산업단지 내 나염공장, 폐기물 소각로에서 내뿜는 매연과 악취, 폐수 등으로 인근 A아파트 300여 세대 주민 900여명은 창문을 제대로 못 여는 등 수십년 째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격한 울분을 토로했다.
<KJtims>는 지난해 12월 23일 A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조 대표와 인터뷰를 1시간 동안 진행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산업단지와의 대기오염물질 분쟁에 얽힌 못다한 얘기를 들어봤다.(지난 1월 8일 인터뷰한 내용 이어짐) <편집자주>
“토요일도, 일요일도 산업단지에서 내뿜는 매연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옷 등 온갖 소각용 쓰레기를 실은 차량 수십대가 산업단지로 들어갔다. 악취와 매연 때문에 눈과 코가 따갑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인터넷 민원을 통해 남양주시에 ‘환경오염과 대기오염’ 등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노력하고 있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만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이었다.”
조 대표는 남양주시뿐만 아니라 청와대, 환경부, 경기도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지도점검 정도가 고작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기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져 환경부와 지자체가 대기오염물질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2000년대만 해도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이 산업단지와 남양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절규했지만 공무원들은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환경오염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고충을 청취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산업단지가 한센 병력자들의 자활촌이라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할 뿐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고 조 대표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단지는 1969년 음성 나환자의 자활 사업장인 ‘협동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닭 등 양계업을 운영하던 곳이었으나 1978년부터 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당시 110여개 공장이 입지했고 이중 나염, 염색 공장과 쓰레기 소각로까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이 지역 대기 및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애초 소각로의 경우 산업단지 내 쓰레기만 소각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외부 산업 쓰레기를 받아 소각하면서 다이옥신,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배출이 급증했고 참다못한 주민들이 불법 쓰레기 소각 시설을 고발하는 등 산업단지와 주민들 간 분쟁이 격화됐다.
조 대표는 “아무리 한세 병력자들의 자활단지라고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주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호흡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20여 년 째 행정지도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많은 민원을 제기해봤자 소용이 없자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불법산업쓰레기 반입차량과 매연 배출, 불법건축현장, 백봉산 일대에 불법 관정, 평내천 불법 취수관 등을 적발(사진 촬영)해 시청에 고발했다.
비대위는 평내동 산업단지의 이 같은 문제점을 언론에 제보하고 산업단지의 A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 수백여 명이 산업단지를 항의 방문하는 일이 잦았고 2001년 6월 9일에는 주민 수명이 산업단지 측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양 측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A아파트 입주민들은 산업단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A아파트 주민들 중 일부가 폐, 기관지에 이상 증세 보여 200여 가구에서 각각 500만원의 손배소를 청구, 2005년부터 시작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며 가구 당 15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 내기도 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산업단지 내 일부 공장에서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소각로 5개를 폐쇄와 산업단지 이전 등에 합의했다.
조 대표는 “2000년부터 산업단지와 전쟁을 벌여 2008년과 2009년 소각로 시설이 사라지기까지 8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현재 산업단지 지역은 지난 2003년 3월 31일 도시계획(재정비)시 도시계획관리계획상 자연녹지지역 및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평내.호평동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평내4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지구단위 개발 사업 지구로 고시된지 17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2일 평내·호평동 시민단체는 평내4지구 도시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당시 호소문에는 이 일대 토지의 40%(6만여평)를 점유하고 있는 전주이씨 의안대군파 종중 집행부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온힘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는 이날 호소문에서 “수년간 종중 내에서 (토지 매각이) 원활하게 타협이 되지 않아 (평내4지구) 도시계획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후되고 황폐화된 공장과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으로 도시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산업단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지역주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과 지역발전을 위해 (전주이씨) 종친회에서 적극적으로 토지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끝으로 “평내동 주민들은 그 동안 뜻하지 않게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살았다”며 “노인들과 임산부, 영.유아들의 건강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루빨리 폭력보다 더한 환경오염이 물러가고 공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게 마지막 남은 소망이다”고 간곡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