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전 세계 증시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당분간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흔들리던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나타날 경우 투자심리도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키움증권은 환율이 당분간 1200원 초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늘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키움증권은 코로나19의 영향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한다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하며 이 경우 지난 2016년 2월 고점 수준(1238원)을 고려해 1230원 중반까지의 상승도 가능하고 사태가 더 악화할 경우 1250원까지도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NH투자증권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처럼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고 즉각적인 부양 효과를 내는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2분기에 V자 형으로 경기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GDP 대비 추경 비율이 2009년과 같은 2.4%가 되려면 50조원 가량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교보증권은 3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2050∼2200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는 기간이 짧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에 따라 3월 추천 업종으로는 IT, 인터넷, 게임, 자동차, 제약 등을 제안했다.
교보증권은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뿐 아니라 경제 심리에 가해진 충격의 범위와 강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절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관점에서도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지난 21일까지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약 62원가량 상승했다”며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사례만을 놓고 본다면 환율 급등세가 주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03년 2월 사스 감염 사례가 최초 보고된 이후 같은 해 3월 초(1193.7원)부터 4월 초(1257.95원)까지 약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64원가량 상승했다가 차츰 변동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사스와 같은 단기 환율 급등 충격은 없었다”면서 “당시 대외 불안 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약 4개월에 걸쳐 상승한 뒤 하락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2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3% 감소했으며 일상에서 감지되는 상황을 보면 수출보다도 내수 부진이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2%로 낮추고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과열을 막는 것이 정책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면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GDP 대비 추경 규모가 0.7%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15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설 연휴 직후 시작한 코로나19 악재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국내 증시는 단기하락 후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대구를 시작으로 지역 감염 징후가 뚜렷해졌고 코스피도 급락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악재 수습과정에 따라 투자심리 안정과 주가 회복이 동행할 것”이라면서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학습효과를 고려하면 코로나19 악재도 국내 증시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