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약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 임시직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나 역시 계약직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근로)계약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지인 A씨는 오랜 만에 만난 자리에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 같이 털어놨다.
그는 3년 다녔던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8개월가량 미취업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초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비정규 계약직 신분이었지만 나름 만족하며 다녔는데 코로나 여파로 인해 일감이 줄면서 6월부터 주 6일 근무에서 5일 근무로 전환됐고 그로 인해 임금도 70만원가량 줄었다고 한다.
A씨는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 물량이 줄어 그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토요일 근무를 안하고 쉰지 한 달여가 됐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임시직 2명이 계약 만료로 회사를 떠났다”면서 “이제 시작이다. 근로계약 만료를 앞둔 임시직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잘나가던 대기업 계열사의 사정이 이런데 협력업체들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 충격은 비정규 임시직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다.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부터 수입이 ‘0’가 돼 기본적으로 나가는 보험금, 교육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 못해 해지하거나 연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상당수 임시직들이 신용불량자나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배달이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일자리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취업을 한다고 해도 일거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택배 배달업을 하는 지인 B씨는 “코로나 발생 이후 온라인 배송이 늘면서 택배 아르바이트가 인기 직종이 됐다”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늘고 물량은 한정돼 있다 보니 예전이 비해 일거리와 수당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코로나발 고용난은 통계자료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지난 14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시직 취업자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4월 이후 석 달째 40만∼50만명대 감소세를 이어갔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고용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경우인 임시직 취업자는 지난달 445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0만1000명 줄었다.
임시근로자 감소폭을 보면 코로나 영향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1월 -3만2000명, 2월 -1만3000명 수준에 머물다가 코로나 감염자가 최대치를 기록했던 3월에 -42만명으로 늘어나더니 4월과 5월까지 석 달째 40만∼50만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시직의 경우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만큼 공공근로 등 직접 일자리 공급 확대 같은 고용시장 안정 패키지를 조속히 실행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생계와 직결된 일자리 창출이 긴급재난지원금보다 더 절박한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