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바름 기자]배당은 대주주의 ‘쌈짓돈’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 같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주 중시 정책을 명목으로 실적 악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주주를 위한 배당만 잔뜩 늘린 일부 금융사들이 속출하는 실정이라는 이유에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에서 대주주나 CEO의 이익을 위해 과도한 배당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동부화재의 경우 지난 2013년 3886억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4003억원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배당은 633억원에서 918억원으로 45% 급증했다. 그 결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는 2013년보다 95억원이 많은 267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동부그룹이 경영 실패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김 회장 일가가 동부그룹에서 거둬들인 배당금은 총 1255억원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의 순이익 중 40%를 배당으로 가져가 버려 눈총을 받고 있다. 그동안 론스타의 고배당 정책을 비난했던 탓이다.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의 실적 악화는 이전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며 “론스타가 빠져나간 현재는 과거 4∼5년을 수습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다른 은행들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유독 외환은행의 순익만 전년보다 18%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제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은 지난해 이 은행 순익 3651억원 중 40%인 1464억원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22%), 우리(28%), 신한(31%) 등 다른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배당성향이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주주 달래기’ 차원의 배당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올해 사장과 15명의 임원은 물론 전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406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시킨 메리츠화재도 배당을 대폭 늘렸다.
이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조정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 2013년 1127억원이던 순이익은 지난해 1127억원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배당액은 322억원에서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무려 8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그는 2012년 메리츠금융지주의 순익이 전년보다 69% 급감할 때 89억원의 연봉과 47억원의 배당금 등 총 136억원을 챙겨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결국 과도한 보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임박하자 자진해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회장직에 복귀했다. 복귀 후 줄어든 연봉을 두둑한 배당금으로 메운 셈이다.
메리츠 측은 “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율이 71%에 달해 많아 보일 뿐 지나친 배당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오너의 측근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진 연봉이나 배당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경영 성과와 책임에 상응해 배당성향과 경영진 연봉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